'중동 화약고' 이·팔 전쟁에 기름값 '급등'…"기업 실적도 빨간불"
주춤하던 국제유가 급등에 원자재 비용 오르나 '촉각'
정유·화학·항공 업종 실적 악화 불가피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동의 긴장감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실적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고금리와 고물가로 소비 수요가 약화된 상황에서 유가 불안은 지갑을 더욱 닫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가 상승이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많이 팔아도 원가가 높아지면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일(현지시간) 오전 1시경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55% 오른 배럴당 85.73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도 오른 3.28% 상승한 배럴당 87.3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배럴당 93.68달러까지 갔던 WTI는 이달 82달러대까지 낮아졌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급등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는 아니지만, 전쟁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실제 무장세력 하마스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커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경제 원유의존도(GDP 대비 원유소비량)가 1위다. 국제 유가 상승 시 상대적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를 분석했을 때 광산품(석유·석탄·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10% 오르면 국내 기업의 생산 원가는 약 0.8% 상승한다.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은 정유, 화학 업종이다. 원유가 주 원자재인 정유 산업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원가상승률이 같이 높아지는 구조다. 유가 상승으로 재고 평가 이익이 발생해 일시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 고유가가 지속되면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돼 부정적 영향이 커진다.
석유화학 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나프타 가격 등이 따라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가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적자 규모 확대가 우려된다.
항공과 해운업체 역시 비상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유류 소비량이 약 3000만 배럴이다.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약 3000만달러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HMM은 올 상반기 연료비로 약 5464억원을 사용했다. 국제 유가가 더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일 석유공사, 가스공사와 긴급 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강경성 2차관은 "중동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7%와 가스의 37%를 공급하는 지역이며, 중동의 정세가 우리의 에너지 안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매우 큰 만큼, 향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국내 수급 차질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유관기관, 업계가 합동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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