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배 사들이는 HMM·팬오션…다가올 '이 사태' 걱정해서
상반기 HMM 6척, 팬오션 3척 매입…코로나 특수로 확보한 자금 적극 투입
2025년 최대 해운동맹 해체로 할인경쟁 불가피…"규모의 경제 및 사업다각화 추진"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코로나19로 전례없는 해운특수를 누린 해운사들이 불황의 터널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매물로 나온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은 물론 이를 인수하려는 팬오션도 나란히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향후 '혹한기'에 살아남기 위한 준비작업 차원이다.
18일 HMM(011200)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도받은 선박은 총 6대다. 21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몽글라(Mongla)' 한 척과 벌크선 다섯 척을 들여왔다.
이로써 HMM은 보유하거나 빌린 선박을 합해 72대의 컨테이너선과 33대의 벌크선을 확보했다. 주력인 컨테이너선대의 선복량은 81만TEU 수준이다. 1TEU는 길이 6m 컨테이너를 뜻하는 단위로 81만TEU는 보유한 선박들로 81만개의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김경배 대표는 'HMM 비전 선포식'을 갖고 2026년까지 10조원을 투입해 120만TEU 규모의 선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정대로라면 1만3000TEU급 컨테이선 12척이 내년에 인도되며 2026년까지 메탄올 추진 9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을 추가해 선복량 100만TEU를 넘기게 된다.
여기에 컨테이너선으로 집중된 매출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벌크선을 55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벌크선은 곡물, 석탄 등 비포장 화물을 대량으로 싣는 형태부터 원유를 싣는 유조선, 자동차운반선 등 특수선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HMM의 매출에서 컨테이너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93%에 달한다.
실제로 HMM은 올해 벌크선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독일 '올덴도르프 캐리어스'가 보유하던 대형 벌크선 '뉴캐슬맥스'를 중고로 인수했다. 뉴캐슬맥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 항만인 호주 뉴캐슬항에 입항 가능한 가장 큰 사이즈의 배를 말한다.
HMM 인수전에 뛰어든 팬오션(028670) 역시 선대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팬오션은 지난 2분기 중고 벌크선 3척을 인도받았다. 중량톤수가 8만톤급인 캄사르맥스 2척과 6만톤급 울트라맥스 1척이다.
벌크선이 중심인 팬오션은 LNG(액화천연가스)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신조건조계약을 맺은 LNG선 10척, 벌크선 2척, 컨테이너선 4척이 올해부터 2026년까지 들어올 예정이다. 지난해 팬오션 매출액에서 벌크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69%이나 LNG선은 3%에 불과하다.
해운업계는 불황에 접어든 지금이 코로나19 기간 벌어둔 자산을 활용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장기 계획과 별개로 필요 시 발빠르게 중고선을 확보해 투입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HMM의 1년 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14조2809억원, 팬오션은 1조7921억원 수준이다.
이는 향후 세계 1·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의 연합전선 '2M' 해체가 예고된 데 따라 해운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을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은 2025년부로 공식 해체한다. 이후 공격적인 운임 할인 경쟁이 시작되면 포트폴리오가 단순하고 비용 경쟁력이 떨어지는 해운사는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규모의 경제와 사업다각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업황이 부진한 탓에 상대적으로 중고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초 최대 5000포인트(p)대에서 일년 만에 5분의 1인 1000선까지 하락했다. 벌크선 운임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도 3000p대를 웃돌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1100p를 겨우 넘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수가 많아졌다지만 전통적인 해운 사이클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해운운임이 오를 때 선박 건조가 늘고 이 과정에서 선박이 지나치게 공급되면 운임이 하락한다. 이는 폐선이 늘어나고 다시 선박이 부족해 운임이 오르는 사이클로 이어진다. 현재는 호황기에 발주된 신조선이 몰려오며 선박 공급이 증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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