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앞 불법시위 설치물 철거…"시위물품 사전 심사 강화해야"
서초구청, 행정대집행 실시…"원칙 지킨 행정 처분에 감사"
행정당국 법 집행 어려워…"시위시 불법 적발, 불이익 강제해야"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 불법 시위 설치물이 철거됐다. 10년째 이어진 막무가내 시위 불법 설치물의 철거를 계기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위 설치물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해 행정대집행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청은 최근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의 명예훼손 시위용 현수막과 불법 대형 천막, 고성능 스피커 등 시위 설치물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행정대집행은 특정 단체 및 개인이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관청이 직접 또는 법률에 의해 제3자로 하여금 시설물 철거 등 의무 내용을 집행하는 행정 행위이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단체나 개인이 부담하게 된다.
이번에 철거된 불법 설치물은 현대차그룹 사옥 주변에서 10년째 막무가내 시위를 이어온 A씨가 설치한 것이다. A씨는 자신과 판매대행 계약을 맺었던 판매대리점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되자 기아에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A씨는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악의적 사실왜곡 또는 모욕적 표현을 담은 현수막 등을 게시하고 보행로를 가로막은 불법 대형 천막을 장기간 설치했다.
서초구청의 행정대집행 이후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서초구청 홈페이지에는 "현대차그룹 빌딩 주변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고성의 노래를 틀고, 난잡한 현수막과 텐트 등이 들어서 무법천지처럼 보였다"며 "구청의 원칙을 지킨 행정처분에 구민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불법 시위 적치물로 사회적 피해가 크지만 서초구청 사례와 달리 관할지자체 등 행정당국의 법 집행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시위대와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을 입는가하면, 철거에 따른 비용을 청구하면 오히려 지자체를 대상으로 정당성을 따지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시내 모 구청 관계자는 "불법 천막에 철거 등 행정상 의무이행을 촉구하는 계고장을 발부하러 갈 때도 시위대 측의 난폭한 대응에 '사실상 목숨을 걸고 현장에 간다'고 말할 정도로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불법 설치물이 시민 일상을 침해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집회∙시위를 개최할 때 옥외집회 신고서에 준비물로만 기재하면 현수막과 입간판, 스피커 등 시위 물품을 개수에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다. 한명이 수십개의 현수막을 부착하거나, 보행로를 가로막는 불법 대형 천막도 사전 심사 단계에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시위 도중 불법 시위물이나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이후 접수 시 불이익을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뉴욕이 대표적 사례다. 뉴욕서는 여러 날에 걸쳐 시위를 할 경우 시위 신고는 최초 1회만 해도 되지만, 확성기 소음 허가는 매일 새롭게 받아야 한다. 만일 전날 시위 소음이 과도하거나 주민 불편을 초래하면 소음 허가를 받을 수 없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집회∙시위 신고 때 시위물품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하고 실제 시위과정에서 불법 시위물품이 발견되거나 불법 행위가 빈번하게 적발되면 이후 집회∙시위 접수 때 불이익을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