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업용 드론에 맞춘 지자체 입찰규격…역차별에 날개 꺾인 K드론
드론 지원사업서 中 특정업체 규격 제시…지원액 전량 중국산 제품에 준 기초단체도
"공정한 경쟁 위해 입찰조건 정상화해야…인센티브로 국산 드론 육성 필요성도"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
기초자치단체가 농업용 드론 보급을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중국 업체 제품에 맞춘 상세 규격을 규정해 국내 업체들은 경쟁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농업용 드론 보급 규모는 6000여대로 DJI 등 중국업체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농민이나 영농법인은 농업용 드론 가격이 1700만원(10L 방제용)에서 2000만원(20L 방제용) 이상 수준으로 고가인 만큼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 '농업용 무인항공기 지원' 사업을 통해 보조금을 50% 받아 구매한다.
광역단체는 지원 대상 수량을 정하고 농업용 드론 가격의 15%를 지원하고, 시·군 등 기초단체가 제품을 선정하고 35%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광역단체는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발행한 '정부지원 농업기계 목록집'에 등록된 모델을 대상으로 지원하도록 했는데 여기에는 중국 제품들과 함께 국내 업체가 제작한 모델도 포함돼 있다.
이 목록에 오르려면 과학기술정통부(전파 인증), 국토교통부(항공안정성), 농림수산식품부(농기계검정)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만큼 기술면에선 검증이 된 제품이란 의미다. 가격도 중국 제품과 국내 제품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기초자치단체 산하 농업기술센터가 입찰을 하면서 중국 업체 제품만 충족할 수 있는 상세 규격을 투찰 조건으로 달아 국내 제작업체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기도 한다는 게 국내 업체 측 주장이다.
경남 A시의 경우 기체 암 및 프로펠러 규격을 2858㎜*2685*790㎜으로 했는데, 이는 중국 B사 제품의 규격과 같다.
농업용 드론은 크기보다는 방제 용량이 중요한데 이와 같이 크기의 세부 조건을 정한 것은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통상 10L 방제용 드론은 논 3000평(9917㎡), 20L 방제용 드론은 논 6000평(1만9834㎡)에 농약을 뿌릴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10L 방제용, 20L 방제용으로만 조건을 세워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중국 제품 수입 판매는 농업용 드론 외 농기계를 제작 판매하는 국내 4개 총판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들의 영업 및 자금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농업용 드론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국내 업체로선 경쟁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지원비는 대부분 중국 업체 제품 구매에 사용되고 있다. 충남 C시는 올해 정부 농업용 드론 지원 사업에서 18대에 관한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17대는 중국산 수입 완제품, 나머지 1대는 중국산 국내 조립 생산 제품이었다. 보조금 1억8000만원 전액이 중국 제품 구매에 쓰인 것이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먼저 국내에서 매출이 발생해 이를 바탕으로 성능을 개량하고 신제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연구 개발에 투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업체들은 적어도 중국 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기초단체 농업기술센터가 입찰 조건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국내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으려면 국산화율이 높은 국내 제작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용 드론을 구매해 농민들에게 임대하거나 방제작업을 대신 해주는 농협중앙회의 경우 외국 제품은 구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국내 제작업체 관계자는 "국내 농업용 드론 시장을 중국산 드론이 장악할 경우 국내 농업 방제 데이터가 중국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식량 안보 측면에서도 국내 업체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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