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감량해 서유럽까지 운항'…아시아나 합병發 '노선 전쟁' 포성
대한항공 EU 기업결합심사 결과 석달 앞으로…로마·파리 등 알짜노선 나올듯
에어프레미아에 티웨이항공 도전장 '대결 구도'…변수는 대형기 도입 속도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이르면 8월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심사 과정에서 두 항공사가 경쟁제한 우려를 피하기 위해 내놓을 유럽 노선 빈자리를 놓고 항공사들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대형기를 보유한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앞으로 배분될 유럽노선을 두고 맞붙은 모양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091810)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A330-300의 기체 무게를 줄여 서유럽 및 미주 노선까지 운항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부터 티웨이항공은 대형기인 A330-300을 3대 도입하며 경량 좌석을 설치하고 좌석마다 달린 엔터테인먼트용 모니터를 제거해 기체 무게를 7톤 가까이 줄였다. 이미 도입과 동시에 장거리 노선 투입을 염두에 두고 고강도의 동체 다이어트를 진행한 것이다.
A330-300의 항속거리는 1만㎞ 정도로 주로 10시간 내외의 호주, 동유럽 노선에 투입된다. 미주와 서유럽 노선은 이보다 긴 13~14시간이 필요하다.
티웨이항공이 거리가 단축되는 러시아 영공을 지나갈 경우 운항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이면서까지 서유럽 등 운항 거리 확보를 부각시킨 것은 이미 장거리 노선 확보전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성장에 한계가 온 일본·중국·동남아 노선 대신 중장거리 노선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유럽은 배낭여행을 다니는 여행객들의 패턴을 고려할 때 여러 노선을 확보할수록 연계성이 높아져 항공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지역이다. 예컨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입국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출국하는 여행객을 한 항공사가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합병 과정에서 나오는 장거리 노선을 배분받을 국내 항공사는 에어프레미아가 유력하게 꼽혔다. 최근 에어프레미아는 1만5000㎞ 가량을 비행할 수 있는 B787-9 드림라이너를 이용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뉴욕,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신규 취항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달말까지 해당 기종을 5대로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티웨이항공이 뛰어들며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EU 경쟁당국은 8월3일까지 인천~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로마·스페인 바르셀로나·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의 노선에서 대한항공을 대체할 항공사를 심사할 예정이다.
에어프레미아도 대형기 도입 속도를 앞당기며 맞불을 놨다. 2027년까지 대형기 15대를 확보하고 2030년까지 19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2027년까지 대형기 20대를 확보하겠다는 티웨이항공과 비슷한 수준이다.
관건은 항공기 도입 속도다.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며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여행 수요를 항공기 공급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며 항공사들이 노선 증편에 애를 먹고 있어서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2대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던 A330-300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2025년까지 10대 확보를 목표로 세운 에어프레미아도 상황을 고려해 중고와 신규 항공기를 동시에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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