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유 1등' 기술로 서버 냉각 잡는다…'SK엔무브' 담대한 도전

지난해말 윤활유 뜻하는 '루브리컨츠'에서 엔무브로 사명 변경
액침냉각·전기차 윤활유로 사업 확장…신시장 개척 박차

GRC 액침냉각 시스템 실물 사진 (SK이노베이션 제공)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지난 3일 SK이노베이션(096770)의 대전 R&D센터. SK엔무브 연구원들은 미국 기업 GRC의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기기와 유체를 활용한 실험에 몰두했다. 서버 혹은 데이터 저장장치의 열을 식히는 기존 수랭·공랭 방식과 다른 기술로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액침냉각 기술이 보편화한다면 전기 사용량 감소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가 액침냉각과 전기차 윤활유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유체 기술력으로 새로운 영역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윤활유를 뜻하는 기존 사명 '루브리컨츠'(Lubricant) 대신 엔무브로 사명을 변경했다. '에너지 효율화' 기업 이미지를 알리고 미래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결단이다.

10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SK엔무브는 국내 한 대형 통신사와 서버·데이터 저장장치에 액침냉각 기술을 적용하는 실증 시험을 앞두고 있다.

액침(液浸)냉각이란 열을 발생하는 기기를 유체에 직접 넣어 식히는 방식이다. 이때 쓰이는 유체는 전기가 통하지 않은 기유와 첨가제를 섞어 생산된다. 기존 수랭·공랭 방식과 비교해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이다. 궁긍적으로 전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억제 효과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에어컨으로 기기를 식히는 공랭 방식의 경우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SK엔무브는 고급 윤활기유를 열관리유체(Thermal Fluids)로 쓰는 사업 확대를 예견했다. 지난해 미국 GRC에 2500만달러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시장 진출을 서둘렀다. 세계 윤활기유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유체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빠르게 경쟁력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SK엔무브가 지난해 12월 사명을 SK루브리컨츠에서 변경한 이유는 액침냉각을 포함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있다. 윤활유를 뜻하는 '루브리컨츠'라는 사명은 사업 영역을 제한했다.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깨끗하고(Environmental)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힘(Movement)을 만들어 가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은 엔무브로 사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과거 "기업 이름에 에너지·화학 등이 들어가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다"며 "사회적 가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기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SK엔무브가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한 전기차 윤활유 사업도 사명을 바꾼 이유 중에 하나다. 전기차 윤활유는 액침냉각에 쓰이는 유체와 마찬가지로 기유와 각종 첨가제의 혼합으로 생산된다. 모터를 냉각하고 기어 마찰 저항을 줄여 전비 확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전비란 전기차 복합에너지소비효율의 약자로 내연기관 차량의 연비와 비슷한 개념이다.

최근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만큼 맞춤형 윤활유 시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IS 리서치에 따르면 연평균 29% 성장해 오는 2031년 약 23조원(17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SK엔무브 관계자는 "새로운 사명은 사업 강점을 살리면서 미래지향점을 표현한 것"이라며 "'에너지 효율화 기업'이라는 정체성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