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산업 10대뉴스-하]K방산 '잭팟'·K조선 '부활'…대기업 중고차 진출

현대차·기아, 내년 1월부터 중고차 시범 판매·K방산 폴란드 '잭팟'
중국에 밀린 韓 LCD, 결국 철수·새 주인 맞은 쌍용차·K조선업 '슈퍼사이클'

(서울=뉴스1) 권혜정 문창석 김민성 이장호 이세현 이형진 기자 = 2022년은 글로벌 경제에 그야말로 격변기였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글로벌 경제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공급망 재편, 전쟁 등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예측 불허의 상황에 맞닥뜨렸다. 경제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글로벌 경제시장은 그야말로 '공포'에 휩싸였고 격변기의 한 해 동안 우리 산업계 역시 희비가 엇갈렸다.

10년 넘게 막혀 있던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내년부터 허용되며 중고차 시장은 대변화를 앞뒀고, 청산 위기까지 몰렸던 쌍용자동차는 두 번째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KG그룹을 새주인으로 맞았다. 방산업계는 폴란드 수출로 '잭팟'을 터뜨렸고 조선업계는 장기불황의 터널을 지나 올해 완연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 반면 한때 글로벌 패권을 쥐었던 우리 기업들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산업은 중국에 밀리며 결국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자료사진)

⑥ 현대차·기아, 중고차 시장 진출…내년 1월부터 시범사업

10년 가까이 끌어오던 대기업 완성차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출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고 대기업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기를 2023년 5월로 정하는 내용의 최종 권고안을 확정했다. 1월부터 4월까지는 각 5000대 내에서 인증중고차 시범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최종 권고안은 중고차업계와 현대차·기아의 입장을 절충한 내용이다. 중고차업계가 주장한 유예 기간은 3년에서 1년으로 줄였고, 중고차 판매 대수 제한 범위는 현대차와 기아가 주장한 것보다 더욱 좁혔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1월부터 5년·10만㎞ 이내의 자사 차량 중 200여개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만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증 중고차 전용 센터를 구축해 성능과 상태를 진단하고 인증체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소비자가 타던 차를 공정한 가격에 매입하고 고객이 신차를 구입할 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보상판매에도 나선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하는 중고차 비율은 2년 동안 제한된다. 현대차는 2023년 5월1일부터 2024년 4월30일까지 전체 중고차 판매량 중 최대 2.9%, 기아는 최대 2.1%를 팔 수 있다.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30일까지는 현대차는 최대 4.1%, 기아는 최대 2.9%다.

폴란드 그디니아의 해군기지에 도착한 '한국산 명품무기'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첫 수출 물량.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⑦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잭팟' 터진 K방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등이 이어지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폴란드에 약 19조원(약 145억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에 성공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현대로템은 지난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긴급소요 및 폴란드형 K2 전차 1000대 물량 등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8월에는 K2 전차 1차 인도분인 180대에 대한 수출 실행계약을 맺으며 사상 첫 한국형 전차 수출을 성사시켰다.

지난 10월 초도 출고한 K2 전차 10대는 지난 7일 폴란드에 도착했고 현지 인수 검사 등 소정의 과정을 거쳐 최종 납품이 완료된 뒤 폴란드 군부대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한화디펜스도 폴란드와 K9 자주포 672문 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0월 폴란드의 긴급한 요청에 따라 우선 초도물량 24문이 출고됐다. 한화디펜스는 폴란드와 다연장로켓 발사대 288대와 유도탄 수출을 위한 기본계약도 맺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폴란드와 FA-50 경공격기 48대 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약 30억 달러(3조9060억원) 규모다. 국내 항공기 완제품의 유럽 시장 첫 진출이다.

폴란드는 지난달 FA-50 경공격기 48대 도입과 관련해 계약금의 약 30%에 해당하는 1조2000억원(9억달러)을 선수금으로 우리 측에 지급하면서 '납기 준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K방산업체들은 폴란드 외에도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에 13억 달러 규모의 지대공미사일 천궁(M-SAM II), 이집트에 18억 달러 규모의 K-9 자주포, 필리핀에 6억 달러 규모의 원양경비함 수출에 성공했다.

LCD 패널. (자료사진)

⑧ 글로벌 1위에서 몰락…중국에 밀린 LCD, 결국 철수

2000년대 초 글로벌 패권을 쥐었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산업이 쓸쓸한 퇴장을 알렸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LCD 패널은 메모리 반도체보다 수출액이 많았을 정도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LCD 사업을 접었고,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중 최대한 빨리 국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의 천문학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탓이다. 지난해 한국의 LCD 시장점유율은 14.4%로 중국(50.9%)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밀린 데다 기술적으로도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사업 철수가 불가피하게 됐다.

여기에 올해 불거진 사상 최악의 업황 부진이 결정타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TV·IT기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세트업체들의 LCD 패널 구매가 크게 감소하자 가격이 지난해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 여파로 지난 3분기 LG디스플레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국내 기업들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OLED는 LCD보다 색이 풍부하고 정확하며 응답속도도 빨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패널, LG디스플레이는 TV용 패널에 강점을 보이면서 지난해 한국의 글로벌 OLED 시장점유율은 82.8%로 1위다.

(자료사진)ⓒ News1 송원영 기자

⑨ 쌍용차, 우여곡절 끝에 KG그룹 품으로

쌍용자동차가 우여곡절 끝에 올해 KG그룹을 다섯번째 주인으로 맞았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1월 쌍용차의 회생절차 종결을 결정했다.

쌍용차의 법정관리 졸업은 이번이 두번째다. 외환위기 충격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2004년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인수됐지만, 투자 미이행·기술 유출 논란이 지속됐고,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상하이자동차는 손을 뗐다.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왔고, 2011년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지만, 경영 악화는 이어졌다. 결국 마힌드라그룹은 2020년 6월 쌍용차에 지배권 포기를 밝혔고, 쌍용차는 2020년 12월 두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2021년 10월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올해 1월 인수 계약까지 진행됐지만 낮은 채권 변제율·인수대금 미납입 등으로 인수계약이 해제됐다. 원점으로 돌아온 쌍용차 매각에서 지난 5월 최종 인수자로 KG그룹가 확정됐다.

매각 절차 마무리에 7월 출시된 신차 토레스까지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쌍용차의 표정은 밝다. 토레스는 올해 하반기 판매 목표를 1만6800대로 잡았는데, 출시 이후 11월까지 누적 판매 1만9510대를 기록하며 목표량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쌍용차가 정상화까지 가는 데에는 한참 뒤처진 전동화 전환, 주력 차종 다양화 등의 과제가 산적하다. 쌍용차는 토레스 기반 전기차를 내년 가을 출시할 예정이고, 2024년 코란도 후속 KR10 전기차, 2024년 하반기 픽업트럭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안젤리쿠시스 그룹에 인도한 110번째 선박인 174,000㎥급 LNG선 존 안젤리쿠시스호(대우조선해양 제공)

⑩ LNG선 덕분에 4년치 일감 채운 K조선 '부활 뱃고동'

조선업계는 2013년부터 시작된 장기불황의 터널을 지나 올해 완연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수주 목표를 일제히 초과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192척, 230억2000억달러어치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달러의 132%, 대우조선해양은 목표 89억달러의 117%인 104억달러, 삼성중공업도 94억달러(49척)를 수주하며 목표 88억달러의 107%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수주 포트폴리오 개선, 꾸준한 원가 절감,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3분기 1888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여전히 적자행진을 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의 영향으로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면서 내년에는 연간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빅3 조선사의 2년 연속 눈부신 수주 랠리 달성은 단연 고부가·친환경 선박인 'LNG 운반선'의 역할이 주효했다. K조선사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 물량을 거의 싹쓸이하면서 수주 곳간을 채운 것이다. K조선사들의 전체 283척 수주 물량 중 41%인 116척이 LNG 운반선이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