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잭팟'이어 사우디도 K방산 노크…'가성비·실전배치' 경쟁력↑
빈 살만 방한에 천궁 등 수출 기대…러시아 신뢰도↓·수출 제재로 반사익
저렴한데 성능도 준수…"러-우 전쟁 장기화에 군비 확장 기조 당분간 지속"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폴란드 수출로 잭팟을 터트렸던 K-방산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으로 다시 한번 들썩이고 있다. 길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출 2위 러시아산 무기의 영향력은 줄어들었고, 우리나라 방산 업체들은 가성비와 실전 능력으로 틈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2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후 국산 무기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는 특히 지대공 요격체계인 '천궁-II'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패트리엇(PAC)으로 불리는 '천궁-II'는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LIG넥스원(발사체)·한화시스템(레이다)·한화디펜스(발사대) 등이 협력·개발했다. 탄도탄 및 항공기 공격에 동시 대응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천궁-II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6월 방한 때도 우리나라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K-2, K-9, K-30 비호, 천무 등을 관람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사우디가 한화디펜스의 비호-II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방산업체들은 이미 지난 7월 폴란드와 약 19조원(약 145억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등이 수출 리스트(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전세계적 군비 확장 기조로 이어졌고, 우리 방산 업체들에 대한 선택도 늘고 있다. 전쟁 장기화 원인으로 러시아산 무기의 성능 부족이 꼽히고 수출·금융 제재로 러시아산 무기 대신 우리 방산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상황이다. 실제로 사우디도 러시아 중장거리 미사일 S-400 구매를 고민했지만, 천궁-II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양국간 군사력 차이를 감안했을 때 전쟁이 장기화 된 배경에는 러시아군의 무기 성능이 뛰어나지 못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세계 2위 러시아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은 한국 방산 업체들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높은 가성비도 K-방산 수출 호조의 주된 원인이다. 폴란드 수출에서 대박을 터뜨린 KAI의 경공격기 FA-50은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량해 만들었다. 훈련기로서도 좋은 성능을 갖고 있고 전투기로 보면 도입 및 운용유지비가 저렴하다.
물론 현역 기종 중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F-16이 전투기로서 성능 면에선 더 우수하지만 F-16은 월 생산이 4대뿐이고 FA-50(대당 4000만달러)보다 2배가량 비싸다. 대신 FA-50은 F-16과 호환성이 높아 FA-50으로 훈련받은 조종사가 F-16으로 기종 전환이 쉽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안보 상황에서 대부분의 무기들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는 점도 무기 구입을 원하는 국가에서는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는 이미 자주포 시장의 베스트셀링 모델로 전세계 자주포 시장점유율 55%를 차지하고 있다. 폴란드 수출 물량이 더해지만 점유율은 68%까지 오른다. 한국 육군은 1170문의 K9 자주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 M109 자주포 2239문, 러시아 2S19 자주포 1734문, 중국 PLZ-45 자주포 1062문과 비교하면 상당한 전력이 실제 운용 중이다. K9 자주포가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북한의 선제공격에 즉각 응사한 것도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하는 무기들이 대부분 우리나라 군에 의해서 상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하려는 국가들이 실사를 하러 오는데, 군인들이 쓰고 있는 것을 보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국방비 확장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2015년 이후 글로벌 국방비 지출은 증가세를 유지했고, 2021년에는 사상 최초로 2조 달러를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업체들이 현재 가장 집중하는 것이 수출이다. 이제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이슈가 동유럽에서 중동으로 방향이 옮겨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수출 기대감을 전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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