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여객기 사고로 세부행 비행기들 결항·지연…발 묶인 여행객들
세부서 국내로 와야 할 여행객 360여명 현지서 발 묶여
"항공기 활주로서 빼낼 장비 없다"…폐쇄 장기화 가능성도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대한항공 여객기의 활주로 이탈(오버런) 사고로 필리핀 세부 공항의 유일한 활주로가 폐쇄되면서 항공사들의 세부행 비행이 결항되거나 지연됐다. 세부로 비행기가 뜨지 못해 세부에서 국내로 들어와야 할 여행객 수백명도 현지에 발이 묶인 상태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해국제공항에서 세부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에어부산 771편이 결항 조치됐다.
이날 오후 7시50분께 인천에서 출발 예정인 진에어 025편은 현지 공항 상황 등을 확인한 후 출발하기 위해 내일로 운항이 지연됐다. 다만 활주로 폐쇄 기간이 더 연장되면 운항 지연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대한항공 여객기보다 먼저 세부에 도착했던 제주항공 항공기는 오버런 사고로 예정된 스케쥴에 맞춰 이륙하지 못 했지만 통로가 하나 뿐인 항공기 이륙이 한시적으로 허가돼 현지시간 오후 5시에 세부 공항에서 승객 177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세부에 도착했어야 할 항공기들이 도착하지 못하면서 여행객들이 세부에 발이 묶였다. 세부는 신혼여행으로 인기가 많은 여행지 중 하나다.
사고가 났던 대한항공 여객기로 국내로 돌아와야 할 승객 100여명, 진에어 항공기로 돌아올 예정이던 승객 156명, 결항된 에어부산 예약 승객 120명 등 약 360여명이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세부 공항 활주로 폐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부 공항은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됐던 활주로 폐쇄 조치를 다음날 오전 12시까지 연장했다. 사고 비행기를 활주로 밖으로 견인해야 정상화가 될 수 있는데 세부 현지에는 항공기를 견인할 수 있는 크레인 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상화 되려면 항공기의 기름을 빼고 항공기를 들어올려서 빼야 하는데, 항공기를 빼낼 수 있는 장비가 세부공항에는 없다"며 활주로 폐쇄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대한항공과 에어부산은 대체 항공편을 세부공항 활주로 재개 시점에 맞춰 운항할 예정인데, 활주로 폐쇄가 장기화되면 대체 항공편 투입이 계속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에어는 매일,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은 주4회(수·목·토·일), 에어부산은 주2회(월·금) 운항하고 있다. 활주로 폐쇄가 장기화되면 세부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여행객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부와 가장 가까운 보훌 공항으로 이동해 국내로 들어오는 방법이 있다. 보훌까지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고, 공항까지 4~5시간 정도 소요되는 불편함이 있지만 항공사들은 보훌을 통한 국내 귀국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보홀행 항공편을 편성해 이수근 안전보건 총괄 겸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을 필두로 정비·안전보안·항공의료·운항·객실·운송·현장지원팀 등 총 37명을 파견했다. 지원인력들은 배편으로 세부로 이동해 수습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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