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문가 10명중 6명 "반도체 위기 2024년 이후에도 지속"

대한상의, 전문가 인식 조사…공급과잉·수요감소·미중 패권 경쟁 다발적
칩4 논의·美 반도체법, 긍·부정 혼재…"외교 노력·획기적 대책 필요"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8월 반도체 수출이 26개월만에 역성장(-7.8%)을 기록했다. 반도체 산업 전문가들 상당수는 이런 위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 10명 중 6명이 반도체 침체가 2024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국내 반도체산업 경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 76.7%는 현재 반도체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위기상황 초입 56.7%, 위기 한복판 20%)로 진단했다. '위기상황 직전'이라는 응답은 20%를 기록했고 '위기상황이 아니다'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지에 대해서는 '내후년(2024)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 58.6%로 가장 높았고, '내년까지'(24.1%), '내년 상반기까지'(13.9%), '올해 말까지'(3.4%) 순으로 나타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반도체산업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장단기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반도체산업이 처한 상황은 최근 10년 내 있었던 2016년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입, 2019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와 비교해서 전문가들 43.4%는 '그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유사하다'는 답변은 36.6%, '양호하다'는 답변은 20%로 집계됐다.

국내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대외현안으로 급부상한 '칩4 논의'와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영향에 대해선 긍·부정 평가가 혼재했다.

'칩4 논의'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이 부정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46.7%에 달했지만, 긍정적이란 응답도 36.6%를 보였다.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은 16.7%로 집계됐다.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 영향에는 긍정적 전망이 50%, 부정적 40%, 영향 없을 것이 10%로 나타났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단기적 위협요인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부정적 영향 80%)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부정적 66.7%)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부정적 63.3%) △우크라이나 전쟁(부정적 56.7%) 순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 △인력 양성(30%) △R&D 지원 확대(13.3%) △투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확대(10%) △반도체 소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3.4%)을 차례로 꼽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해외기술기업 투자·인수를 위한 특단의 제도 개선과 반도체 경쟁국 사이에서의 적극적이고 세련된 외교 등 반도체분야 초격차 유지를 위한 더욱 근원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