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터치]'신상필벌' 적용될 곳이 인사뿐일까
- 최명용 기자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신상필벌(信賞必罰). 요즘같은 인사철에 이처럼 많이 언급되는 사자성어도 없다.
신상필벌은 '공을 세운 자에겐 상을 내리고 과오가 있는 자에겐 벌을 내린다'는 뜻이다. 이치는 간단하지만 이를 실천하긴 매우 어렵다. 상을 얼마나 줘야 할지, 벌을 얼마나 줘야 할지 정답을 찾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중국의 10대 병법서인 무경십서에서도 '신상과 필벌'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이 나온다. 무경십서는 손자병법을 비롯해 시대를 아우르는 병법서 10권을 말한다. 제7권인 당리문대는 당태종과 신하 이정의 대화를 수록했는데 이중 신상과 필벌이 주요 주제로 다뤄진다.
당태종은 '군주가 병사들을 엄히 다스려야 할지, 자애롭게 다스려야 할 지'에 대해 이정에게 묻는다. 이정은 '병사들과 친해지기 전에 위엄을 먼저 앞세우면 진심으로 복종하지 않고, 친숙해진 연후에도 잘못을 처벌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병사들이 된다'고 조언했다.
'신상필벌'은 국가 건설에 필요한 필수 원리로도 언급된다. 공이 있는데 임금에게 비판적이라고 해서 벌을 내리거나, 반대로 죄를 지었는데도 임금이 총애한다면 신하들은 임금에게 아부만 하게 된다. 쓸모없는 병사를 양성하는 지름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늘 전쟁하는 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상필벌'을 인사원칙으로 삼는다. 실적이 양호한 기업 CEO에겐 승진과 보너스가 주어진다. 반대로 실적이 부진하면 과오가 된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 CEO는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승진에서 누락되고 자칫하면 옷을 벗어야 한다. 전쟁터라면 목이 잘리는 일이다.
일찌감치 2016년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한 LG그룹은 실적이 좋은 계열사 CEO들과 임원들을 승진시킨 반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임원 승진폭이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심지어 조직의 급을 격하시키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중국 법인장을 전격 교체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중국내 매출이 급감하자 최고 경영자를 과감하게 바꿔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1일 2016년 사장단인사를 단행한 삼성그룹도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주어진다는 '신상필벌'의 원칙을 재확인시켰다.
국가경영도 '신상필벌'의 원칙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권과 정부는 최근 몇년간 '신상필벌'의 원칙을 거꾸로 적용하는 느낌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대기업들에게 족쇄를 채우고 온갖 규제 잣대를 들이댔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신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게 했고 영업시간도 제한했다. 법인세는 야금야금 올리고 수도권 규제와 각종 제약으로 기업들은 해외로 내몰렸다. 반대로 요구만 하는 일부 귀족 노조들에겐 '정년연장과 노동시간 단축'이란 상이 내려졌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논란이 되자 정치권에선 기업들에 '이익공유제'를 들이대면서 '기금'을 내라고 강요하고 있다. 자발적 기금이라지만 일단 시행되면 '준조세'가 될 게 뻔하다. 중국 기업과 치열하게 전쟁을 벌여야 하는 기업들에 또 다른 벌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우리경제는 '저성장'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에서 구해줄 뛰어난 장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뛰어난 장수를 키우려면 신상필벌의 원칙부터 지켜야 하지 않을까. 경제활성화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쓸모없는 병사들만 남게 되는 게 아닐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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