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은 中企 죽이는 폭탄...경제사막화 우려"

[노동리스크 해법없나⑤-끝] 경제석학 3人 좌담회
노동유연성 세계 130위...7% 강성노조가 갈등주도
"기업 투자확대가 해답...투자하도록 규제완화해야"

편집자주 ...올해 경제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노사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뉴스1은 창사 3주년을 맞아 올해 가장 큰 경제 이슈인 노사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경제 석학들의 아이디어를 듣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경제 석학들은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파이를 키워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늘리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지적이다. 갈등만 키우는 현재와 같은 노사 관계는 한계가 불가피하다.

좌담회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노사갈등은 올해 경제계의 가장 큰 화두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을 둘러싸고 노사가 한치의 양보없는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1은 창사 3주년을 맞아 이런 우리 노동계의 현실을 진단해보고 노사갈등의 해법은 없는 것인지 경제석학들의 좌담회를 통해 짚어봤다. 왼쪽부터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전체 근로자의 7%에 불과한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노사문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미래 세대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세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현장 적응력을 도외시한 이상주의적 입법으로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노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경제 석학들은 한 목소리로 '기업의 투자확대'가 답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면 그만큼 고용이 늘고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늘어난다. 근로자의 혜택은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고 시장을 더 키워 경제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갈등 구조에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가 쉽지않다. 기업들은 벌써부터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기 시작했고, 국내 투자에 소극적이다. 이로 인해 고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경제성장 동력은 약해지고 노사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악순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 정규직 강성노조에 속한 노조원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더 많은 것은 얻는 반면 새로 취업해야 하는 젊은 세대,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노노갈등, 세대간 갈등으로 경제에 더 큰 짐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과감한 규제개혁부터 시작해 성장률을 높이는게 시급하다고 경제석학들은 입을 모은다. 글로벌 경제 회복 기조에 맞춰 과감한 역발상의 투자를 선제적으로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노사갈등에 대한 해법을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들에게 들어봤다.

◇'7%의 강성노조'가 좌우하는 노사관계

사회=올해 노사관계가 어느 해보다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노동 이슈는 무엇인가.

권태신 원장=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 모든 이슈가 다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중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정규직은 7%에 불과하지만, 노사문제에 있어서는 이들의 목소리만 나오고 있다. 이들의 집단이기주의적 논리 때문에 노동이슈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같은 경직된 노동시장 에서는 국내기업뿐 아니라 해외기업의 국내투자도 어렵다. 결국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저성장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조준모 교수=정년제와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의 이슈가 노사정위 현장 이해관계자들의 대화와 부서간 조율을 통해 차분히 숙성되지 않은 채 국회가 앞서가고 있다. 아무리 방향성이 옳다고 해도 속도가 너무 빠르면 현장에서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현장적응력이 고려되지 않은 채 이상주의적 입법이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중소기업으로 가면 현장적응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사전에 노사정위가 임금체계 논의 등을 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논의를 시도했다 결렬됐다. 상당히 아쉽다. 교착상태에 빠져 현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모든 입법과제들의 전제조건이 임금체계의 호봉제 탈피 내지는 유연화인데, 이 전제는 달성되지 못한 채 입법들이 쇄도하고 있다. 임금체계개선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결국 국가 임금경쟁력 약화와 수출경쟁력 약화, 일자리 수출 등이 이뤄져 청년일자리 감소-소득분배 악화-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지출 등의 악순환이 쓰나미가 돼 다가올 것이다.

권 원장=동감한다. 현장적응력없이 너무 빨리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2013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생산성이 60개국 중 56위다. 세계경제포럼(WEF)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13년 국가경쟁력은 25위이지만, 노동시장 효율성은 78위로 국가경쟁력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48개국 중 노동시장 유연성이 130위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 통치 이후 노동시장 유연성이 급격히 개선됐다. 2006년 124위이던 노동시장 경제자유도가 2011년 84위로 올라갔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입자는 7%밖에 안되지만, 이들 7%가 나머지를 다 끌고 가는 양상이다.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제일 피해를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연봉 등을 쟁점화하고 무리하게 국회를 동원하면서 93%의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좌승희 교수=(노사 관련 규제가) 정부가 획일적으로 모든 기업한테 정해줘야할 사안인지 고민이 든다. 기업마다 다 상황이 다를 텐데 획일적으로 이걸 정해주는 것은 너무 경직돼 있다. 기업들이 적응하는데 애로사항 있지 않겠나. 기업 단위 노조도 허용돼 있으니 좀 더 자유롭게 다양한 형태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노사가 자유롭게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그런 것들까지 우린 너무 세세하게 입법으로 정해놓으려 한다. 그래서 더 오히려 첨예하게 노사 간 대립이 생겨난다.

권 원장=세월호 사건에서도 봤지만 원칙을 잘 안지키는 게 문제다. 노사분규 일으켜도 손해 안보는 것이 일반화 되는 분위기다. 노조가 요즘은 더 강자다. 통상임금 등 노사이슈가 결국 노조 뜻대로 된다면 기업들은 해외로 이전하든지 문을 닫든지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어려운 협력사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들만 더 힘들어진다. 현행 법적 기반에서도 우리나라만큼 노조가 강한 데가 없다. 현재 법만으로도 충분하다.

조 교수=임금체계 개선을 업종별로 맞춰나가야 한다. 법이 표준기준으로 많이 올라와 있는데 그 논의를 최소기준으로 낮춰야 한다. 중간에선 업종별, 규모별로 맞춰서 임금체계를 모델링해야 현장에서 순치가 된다. 그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이 이뤄지니 사후적으로 기업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굉장히 안타깝다.

좌 교수=자본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이념적 문제를 좀 풀어야한다. 칼 마르크스적인 계급투쟁적인 이념적 바탕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본과 노동이 대립적인 관계라는 철학, 이게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기본이 아닌가 싶은데, 자본이 없고 노동이 있을 수 없고, 노동이 없고 또 어떻게 기업이 있을 수 있겠는가. 둘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자본은 노동을 착취한다는 이 기본적인 맥락이 아직도 뿌리 깊다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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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통상임금 등 노사이슈가 결국 노조 뜻대로 된다면 기업들은 해외로 이전하든지 문을 닫든지 할 것이다"며 "그렇게 된다면 어려운 협력사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들만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년연장 의무화하면 임금피크도 의무화해야

사회=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단축 등 각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들 사안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조 교수=정년연장의 경우 방향성은 옳지만 일본과 같은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입법이 현장을 앞서갔다. 이미 입법이 된 이후엔 노사합의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년연장 입법시 임금피크제를 권고사항으로 남겨놨다. 정년제는 (의무화해)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는 권고사항으로 남겨뒀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할 유인이 없어졌다. 임금피크제 확산은 더욱 어려워졌다.

사회=임금피크제 도입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조 교수=임금피크제의 정신은 임금삭감과 정년연장의 맞교환이다. 그런데 임금삭감만 부분적으로 보면 노동법상 '불이익 변경'에 해당된다. 근로자 불이익 변경금지에서 '불이익'을 너무 엄격히 해석된다. 제도적 해석이 유연해져야 한다. 숨통을 터줘야 임금피크제가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권 원장= 정년연장은 하나의 빵이고, 임금피크제는 그에 대한 책임이다. 그런데 정년연장을 법제화하면서 그 연결고리를 끊어버렸다. 정년연장만 받고, 임금피크제는 못하겠단 식이다. 결국 그로 인해 가장 불행해지는 사람은 청년실업자들이다.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해 피해보는 것은 결국 청년들이다.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하면 연장근로 할증률 25%로 낮춰야

사회=통상임금 이슈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권 원장=통상임금 범위 확대시 급격한 임금 상승과 임금격차 확대가 우려된다. 제조업의 경우 정기상여의 50%만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휴일근로임금은 12.5% 상승하고,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중복 할증되면 32.1%로 급증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연간 384만원으로 확대된다.

방법은 할증률 조정이다. 일정 수준 연장근로까지는 현재의 50% 할증률을 25%로 낮추고, 과도한 연장근로 등에 대해선 높은 할증률을 적용해야 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낮은 기본 할증률을 적용하지만, 월 6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선 높은 할증률을 적용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임금구성도 단순화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답이다. 단순히 고용 및 해고의 유연성뿐 아니라 근로자 배치와 근로시간 유연성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 임금을 기본급과 일부 수당, 그리고 성과급으로 단순화해야 한다. 성과급은 생산성에 따라 변동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경제사막화 올지도…정책 일관성 확보해야

조 교수=통상임금에 대해선 전원합의체 판결이 났고 노동부의 행정가이드라인이 나왔고, 입법을 시도했으나 지연되는 상황이다. 전원합의체 내용을 노동부 가이드라인으로 어느 정도 담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3개가 어느 정도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갈지자'로 흔들리면 안된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논의가 노조 전임자, 손배가압류, 정리해고 등 이질적인 이슈와 연계돼 너무 광범위하게 다뤄지고 있다. 정치적 교환영역이 지나치게 확대돼 합의가 어려운 형국이다.

과거 임금체계는 기본급과 성과급 사이에 회색수당들이 있었다. 회색수당들을 모두 기본급으로 넣어버리면 단기적으로 근로자들의 소득은 올라가지만 기업은 경영이 악화돼 고용불안이라는 부메랑이 돌아오게 된다.

이 회색수당을 일부는 성과급 영역으로 넣어야 하는데 업종별 특성도 다르고, 이를 바라보는 노사 시각도 다 다르다. 이 부분을 인내심을 갖고 풀지 않으면, 우리의 현재 일터와 미래 청년들의 일터가 모두 상실되는 경제 사막화가 올 수 있다. 노조와 경영진 모두 이것을 정치적 투쟁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좌 교수=임금체계 단순화가 필요하다. 보너스냐 아니냐를 분류할 것이 아니라 모든 임금을 통틀어 기초임금으로 두고, 그 지급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지불임금을 너무 여러가지 방식으로 분류해서 생긴 문제이지만 어떤 형식으로 받든 임금은 임금 아닌가. 그럼 전체를 놓고 퇴직금의 비중을 다소 유연하게 조정하면 일이 쉽지 않겠는가

◇근로시간 단축이 더 큰 폭탄…"소송 봇물일 것"사회=근로시간 단축 이슈는 해결방안이 있나.

조 교수=근로시간 단축이 복병이다. 판례가 임박해 있고, 입법이 대기하고 있어 다급한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 이슈가 통상임금보다 더 많은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노사관계의 불쏘시개가 더 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너무 앞서가서는 안된다. 한국은 근로시간이 긴 국가 중 하나이지만, 그 감소폭은 굉장히 빠르다. 과거 산아제한 정책처럼 너무 과도하게 시행해 저출산 및 고령화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감소와 고용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소기업 측에선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당장 52시간으로 줄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수의 중소기업 공장에 타격을 줄 것이다. 주당 52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업종과 규모 특성을 감안해 60시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입법과 통상임금 입법을 연계해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근로시간 줄이면 다신 못 되돌려…"신중해야

권 원장= 근로시간이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부작용만 초래된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연평균 1.65%씩 감소되고 있다. 과거 근로시간 단축을 경험한 선진국보다 빠른 추세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21년 우리나라 실근로시간(1706.4시간)은 OECD 평균근로시간(1714.2시간)보다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시간은 한번 단축해놓으면, 다시 늘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 프랑스의 경우 사르코지가 대통령 당선될 때 주 36시간 근무하는 프랑스가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독일과 영국에 비해 경쟁력 있겠느냐 하면서 늘리자고 했는데 실패했다. 이처럼 근로시간 이슈는 쉽지 않은 문제고, 단계적으로 속도조절하며 가야한다.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 국가 중 28위에 불과하다.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좌 교수=그간 노사관계는 경제적인 사고보다는 서로 주고받는 정치적인 타협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행한 일이다. 노동시장의 기본기능은 일한 만큼 제대로 평가하고 보상하는데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기본원리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의 문제는 추가노동에 대한 보상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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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들에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사회분위기는 없어져야 한다"면서 "청년들의 일자리는 기업에서 만들어진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면 그만큼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는 없어진다는 뜻이다. 거시적인 관점과 인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뉴스1@ News1 송원영 기자

사회=비대해진 강성노조와의 갈등이 유독 심하다. 이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조 교수= 중소기업의 경우 사회안전망과 최저임금을 좀 올려주고 위의 과도한 임금인상을 억제해 양극화 해소 노력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노사제도를 설계하는 공론장에 그들의 이익이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법을 글로벌스탠더드로 낮추게 되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이에 따라 낮아지지만, 대기업은 그들의 단체협약이 있으니 그대로 가게 된다. 결국 양극화만 심해지게 되는 양상이다.

◇강성노조 7%…전체 근로자대표성 있나 좌 교수= 7%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가입자가 아닌 나머지 93%의 노동자들은 필요하다면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대기업 노조에는 단호하게 해야 한다. 7%의 대기업 노조가 센 이유는 대기업들이 대게 독점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노조가 강성인 이유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독과점기업인 탓이 아닌가.

권 원장= 현재 강성노조는 전체 근로자의 소수만을 대표하는 조직에 불과하다. 이들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강성 노선에 집착하고 있다. 노조에 돈이 많다보니 로비도 하고, 국회의원도 그리로 넘어간다. 기업도 불필요한 노사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그간 노조와 불공정한 타협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근시안적 시각에서 법을 무시하고 타협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기업은 투자를 위해 노동생산성을 올리고, 이를 통해 근로자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근로여건을 개선하는 대승적 전략이 필요하다.

좌 교수=현대자동차가 국내를 이탈해 공장을 미국, 유럽, 중국에 더 많이 건설하거나, 또 다른 자동차그룹이 나타나거나 해야 강성노조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아니면 자동차 수입 규제를 완전히 풀거나 하는 식으로 기업간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정책은 대기업들의 문어발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면서 실상은 독점기업으로 키웠다. 진입을 자유화하고, 재벌도 서로 경쟁하게 만들면 노조의 불필요한 힘도 자연스레 빠진다.

기업이 풍전등화인데 어떻게 노조가 힘을 발휘하겠나.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정서나 시스템은 이와는 반대잖은가. 대기업 투자를 규제한다는 것이 이들을 독점화시키는 일인데도 경쟁촉진적 규제완화는 다 반대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에선 강성노조 문제 해결은 어렵다.

조 교수=대한민국 전체의 집단적 노사관계가 일부 대기업 노조에 의해 도배가 되는 그런 측면 없지 않다. 다른 노동조합들이 억울한 측면도 있다. 결국 법과 소통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건강한 노사활동은 건강한 법을 토대로 하되 거기에 소통을 더해야 한다. 법이 자동차 엔진이라면, 소통은 윤활유다. 원활한 엔진가동을 위해선 둘다가 필요하다. 노사가 주고받고 이런 게 아니라 서로가 공감과 소통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진나라 '법가'시대로 돌아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나라를 세울 때 '법'이 기여를 했지만, 결국 진나라를 지속 발전시키는 데에는 방해가 됐다. 소통을 충분히 했는데도 불법파업으로 뛰쳐나가면 물론 법과 원칙으로 다스려야한다. 그러나 소통 없는 법만능주의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

◇정규직 강제하면 일자리 48만개 줄어

사회=정규직 전환 문제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큰 숙제다.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권 원장=한국경제연구원 시뮬레이션 결과 비정규직의 해고를 정규직만큼 어렵게 만들 경우 우리나라 일자리가 약 48만개 줄어든다. 정규직 전환을 강제할 경우 노동수요가 위축되고,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회만 줄어들게 된다.

능력이 있는 비정규직은 정규직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비정규직 중 보호할 필요가 가장 높은 취약계층 우선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인위적으로 시장경제를 규제하면 사실상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더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므로 고용위축과 고용불안정을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일자리 질을 개선해야 한다.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완화 격차를 줄일 경우, 정규직을 채용할 인센티브가 증가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조 교수=비정규직 2명이 하던 일을 1명은 해고하고, 1명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면 결국 실업자만 1명 증가하는 꼴이다. 불황과 저성장시대에는 비정규직과 단시간 일자리도 필요하다. 고용형태 다양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경기가 상승국면에 있을 때는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는 경영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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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자본과 노동이 대립적인 관계라는 철학, 이게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기본이 아닌가 싶은데, 자본이 없고 노동이 있을 수 없고, 노동이 없고 또 어떻게 기업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둘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사회=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규제완화 시급하다. 무엇을 해야 하나.

좌 교수=팔당댐에 물이 잔뜩 차있는데 댐 문을 열지 않으면 한강물은 다 말라버린다. 대기업을 봐줄 필요는 하나도 없지만, 규제 등으로 세게 묶어 놓는 것도 답이 아니다. 대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머슴이다. 그들의 투자를 활성화해서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들의 내수를 일으키는 등 경제성장에 잘 활용해야 한다.

조 교수=안전을 제외하고 규제를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지속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면 과감히 털고 가야 한다. 규제를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규제의 생성역사를 보면, 이벤트가 있을 때 언론부터 국회까지 규제의 영향을 따지지 않고 남발성으로 규제를 만든다. 규제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노동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규제는 '근로시간 단축입법'이라고 본다. 다만 60시간으로의 연착륙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 중소기업이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긴 준비기간과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권 원장=무슨 문제가 생기면 단기적으로 규제를 만들어 해결하려 하고, 국회에서도 새로운 규제 계속 만들어낸다. 공무원 입장에선 규제가 많아지면 파워가 세지니깐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정부가 일일이 안된다고 할 게 아니라 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과잉 규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가 비전도 없다.

사회=한국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좌 교수=수출해서 번 돈을 국내로 가져오는 것이 답이다. 삼성 등 수출기업들이 괜히 현금을 쌓아놓고 있겠는가. 그 돈을 국내로 가져와도 여러가지 규제와 노사문제 등으로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가져오는 것이다. 투자할 능력이 있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권 원장=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져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로 갈 것이라는 점이다. 출산율이 떨어져 복지비용도 감당이 안된다. 가계부채, 청년실업, 정부부채 등 이 모든 문제의 해결을 정부가 세금받아서 할 수는 없다.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기업이 투자해서 일자리 만드는 것밖엔 없다.

그럼 기업이 왜 이를 못하느냐 생각해야 한다. 미래가 예측가능해햐 기업이 투자를 하는데, 노동시장이 너무 경직됐다. 오죽하면 노동자들을 변호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이 노사갈등을 두고 울산이 미국 디트로이트 꼴이 나지 않을까하고 우려했겠나. 기업의 투자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좌 교수=중소기업 중에도 잘하는 중소기업이 더 대접을 받고, 대출도 더 많이 받게 해서 성장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 하고 있다. 투자는 투자할 능력이 있는 기업이 해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대기업들이 유턴하도록 하는 제도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시장이란 경제적 불평등을 만들어냄으로써 발전에 기여한다. 시장은 잘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더 잘하게 하는 건데, 정치는 이를 거꾸로 하겠다고 한다. 창조경제는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만으로는 절대 되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재화와 서비스로 바꿔낼 수 있는 기업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의 돈 있는 기업, 투자능력이 있는 기업이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해서 창조경제의 주체로 나서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한국은 수출해야…서비스 산업 등 해외 육성 필요

권 원장=한국만 있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우리는 세계에서 아주 작은 섹터(sector)에 불과하다. 수출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다하게 보호한 업종 치고 잘된 게 없다. 보호나 규제를 가지고 해결해서는 안된다.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조선, 휴대폰, 반도체 이런 분야를 중국에게 뺏겨갈 것이고, 그렇다면 일본, 중국과 다른 포지션 찾아야 한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서비스산업이다. 케이팝, 영화 등 젊은 사람들의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 없애고, 장려를 해야 하는데 우린 평등의식에 사로잡혀 불필요한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 영세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갖춰주면서, 동시에 잘하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를 지향해야 한다.

좌 교수=투자할 능력이 있는 기업들의 손과 발을 묶어 놓는 규제가 문제다. 가령 농지규제를 예로 들어보자. 대한민국의 돈 있는 기업들 중 바이오산업을 하고 싶어 하는 데가 왜 없겠나. 농지규제를 완화하면 농민들은 비싼 값에 땅을 팔고 평생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대자본이 들어가서 농업을 하게 되면 농업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농지이용규제 등 구조적 문제는 국민정서에 묶여 손도 못대고 아직까지도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조 교수=고용을 창출하는 기업들에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사회분위기는 없어져야 한다. 한두 기업이 사고 쳐서 모든 기업이 매도당하는 것도 없어져야 한다.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처럼 몇몇 소수기업의 행위로 전체기업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은 자제되어야 한다. 균형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초가삼간이 불타면 우리가 살 집도 없어진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기업에서 만들어진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면 그만큼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는 없어진다는 뜻이다. 거시적인 관점과 인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코리아 회의실에서 열린 '노사 리스크 및 경제 이슈' 좌담회에서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부터),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가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14.5.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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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