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도 통상임금'…인건비 늘면 내 월급 오를까?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통상임금사건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열리고 있다. 2013.12.18/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figure>대법원이 통상임금 범위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계는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며 수십조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많게는 연간 9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 중소 중견 기업들은 줄도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복리후생비 제외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지만 통상임금 확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재계는 벌써부터 임금 체계를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성과급 중심으로 연봉 체계를 바꾸고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의 경우 성과급 중심의 연봉 체계를 갖춰 통상임금 이슈에서 벗어나 있다. 반대로 노동계는 현 임금 체계를 유지하면서 통상임금만 확대하는 방안을 투쟁 목표로 삼고 있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줄 소송도 예고돼 있다. 노사갈등이 극심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근로자간 양극화도 우려된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혜택은 결국 강성노조를 가진 대기업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 중견 중소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우려해 다른 수당을 깎거나 근로시간을 줄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기업의 부담만 커지고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만 증폭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대법원 상여금은 통상임금 판결..재계 '당혹'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갑을오토텍 직원들이 낸 통상임금 범위 산정과 관련,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갑을오토텍 직원 296명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반면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에 빠진다고 판결했다. 상여금은 몇달에 한번 씩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만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호소했다. 경영자총협회는 연간 기업들이 부담할 비용이 8조8863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경총은 "노사합의를 원칙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은 향후 임금수준 및 항목 결정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부터 있을 임금 협상 및 단체 교섭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금 상승 효과 기대만큼 크지 않을수도

경총에 따르면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기업 부담금은 연간 8조8863억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임금 상승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기업들이 부담할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은 초과근로수당이다.

경총에 따르면 상여금 확대에 따른 기업 부담 중 임금에 연동되는 초과근로 수당 추가 부담액이 5조8849억원으로 추산됐다. 이외에 연차유급휴가수당 9982억원, 변동상여금 7585억원이 예상됐다. 퇴직금 추가 충당 비용은 5997억원, 사회보험료는 6190억원, 임금채권보장 부담금은 61억원으로 추산됐다.

초과근로수당은 통상 기본 임금의 1.5배를 지급한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기준이 되는 기본 임금이 늘어나고 그만큼 초과근로 수당도 증가하게 된다.

통상임금 확대 이후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비용 절감 방식은 초과근로를 줄이는 데 맞춰질 전망이다. 임시직을 고용해 교대 근무 체계를 갖추거나 자동화 설비 확충 등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어떤 방식을 쓰던 초과근로시간을 줄이면 결국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임금 상승분은 당초 계산보다 적어진다.

노동계는 초과근로를 줄이면 근로시간이 줄고 그만큼 일자리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재계에선 일자리를 나누기보다 투자 축소 등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실장은 "단기적으로 계획된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임시직을 더 쓸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노동비용이 상승하면 고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초과근로를 자제할 수 있지만 추가적인 고용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물론 퇴직금 충당액 등은 커져 근로자들에게 궁극적으로 돌아가는 몫은 커지게 된다.

◇노사갈등·줄소송 벌써부터 우려 커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기업 부담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문제는 노사 및 노노 갈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벌써부터 통상임금 확대를 내년 투쟁 목표로 삼았다. 한국노총은 통상임금 대응 매뉴얼을 산하조직에 배포하고 내년 임단협에서 활용토록 했다. 민주노총은 추가임금 청구에 대해 엄밀히 분석해 법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미 통상임금과 관련한 소송은 160여건에 달한다. 수없이 많은 추가 임금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경연은 당장 기업들이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쌓느라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변양규 한경연 실장은 "기업들이 소송에 대비한 충당금을 확보하면 바로 투자 위축이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 기업들은 자동화와 해외 이전 등 일자리 축소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이 기회에 임금 체계를 단순화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성과 직무 중심의 임금체계를 갖추고 임금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반면 노동계는 현 임금 체계를 유지하면서 상여금 확대 및 수당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간 갈등 확대 우려에 벌써부터 소송 자제를 호소하는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노동부는 "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한 손익계산보다 상생의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개별 사업장 노사는 소송을 자제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해법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노노갈등..근로자 양극화도 심화될 것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노노 갈등도 우려된다. 근로자간 양극화가 심화돼 사회적 불만이 팽배해질 수 있다.

통상임금 확대로 가장 크게 혜택을 보게 될 곳은 강성 노조를 갖고 있으면서 상여금 임금 체계를 갖춘 대기업이다. 자동차업계가 가장 대표적인 분야다. 현대자동차 등은 연간 기본급의 750%를 정기 상여금으로 지급해 왔다. 통상임금 확대에 근로자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더욱이 현대차 노조의 투쟁 노선이 강성 일변도 였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견디기 힘들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들이 부담할 비용이 연간 3조40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회사별로 최대 459억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고 추산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대법원의 판결은 중견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중소기업등은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 압력을 다른 방식으로 해소해야 한다. 결국 일자리를 줄이거나 생산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생산량 감소에 따른 투자 축소와 일자리 축소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결국 강성노조를 갖춘 대기업은 임금 상승의 혜택을, 중소기업은 투자 축소와 일자리 감축이란 악순환을 겪게 될 수 있다. 정규직 일자리보다 임시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근로자간 불평등도 심화될 수 있다.

재계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통상임금 관련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통상임금이 문제가 된 근본 원인이 불명확한 법 제도에 있었던 만큼 국회와 정부는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관련 법령을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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