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업계, '등산복' 이미지 벗고 '스포츠' 입는다…'생존 몸부림'

아웃도어 시장 위축 + 전 세계적 '스포티즘' 유행 맞물려
골프웨어로 영토 확장 활발, 아웃도어 접고 스포츠로 변신하기도

빈폴스포츠 모델 트와이스 ⓒ News1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등산복 위주였던 제품 구성을 골프를 비롯한 다른 스포츠 의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브랜드들은 '본업'인 아웃도어를 접고 스포츠 브랜드로 갈아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변신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아웃도어 시장은 2014년 고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재에 머무른다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속속 스포츠 브랜드로 탈바꿈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아웃도어는 '빈폴스포츠'로 브랜드 이름을 바꾸고 브랜드 정체성를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스포츠 브랜드로 변경했다. 당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등산'에 국한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애슬레져·스포츠웨어 시장 성장에 발맞추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빈폴스포츠는 광고 모델로 어린 나이에 '대세 걸그룹' 반열에 오른 트와이스를 선정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트와이스를 브랜드 모델로 선정해 활동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기능성 스포츠웨어의 이미지를 확고히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규모는 2010년 3조2500억원에서 2014년 7조1600원으로 고점을 찍고 이후 3년 연속 쪼그라들더니 지난해 4조5000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한국패션협회는 2010~2014년 사이 "아웃도어 시장이 다소 급하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수 아웃도어 브랜드가 스포츠 브랜드로 눈을 돌리는 이유로는 아웃도어 시장의 위축도 있지만 편안함을 추구하는 에슬레져·스포츠웨어의 유행이 맞물렸던 까닭도 있다.

지난해 말 한국패션협회는 올해 패션 시장 전망을 내놓으면서 "3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애슬레져 바람이 확대되면서 2017년 기준 스포츠웨어 시장 규모가 5조원을 돌파했다"며 "이미 거의 모든 복종에서 스포츠 트렌드를 수용하고 있는 흐름에 따라 스포츠 메가 트렌드화가 2018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F&F의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 3년 전부터 라이프스타일 콘셉트로 전향한 것을 '아웃도어의 캐주얼화'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디스커버리는 눈에 띄는 색깔 일색이던 아웃도어 다운패딩 시장에서 채도를 낮춘 색상 제품을 내놓는 등 일상생활에서 무리 없이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강화한 제품을 속속 내놨다.

이런 추세 속에서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도 라이프스타일 컬렉션 '화이트라벨'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며 '스포츠 브랜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아이더도 애슬레져의 유행에 힘입어 '핏슬레저룩' 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애슬레져룩은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를 합친 스포츠웨어 용어로 '가벼운 스포츠웨어'를 뜻한다. 아이더의 핏슬레저룩은 이름에 맞게 펑퍼짐한 등산복 대신 몸에 딱 맞는(fit) 디자인으로 20~30대 여성을 공략하고 있다.

LF의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도 브랜드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그간 선보이지 않던 수영복, 낚시 조끼, 원피스 등 아웃도어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 및 일상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품목을 선보였다.

LF 라푸마는 최근 광고 모델로 보이그룹 세븐틴을 발탁했다. 손광익 LF 라푸마사업부장(상무)는 "젊은 층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는 라푸마의 방향성과 잘 맞아 전속 모델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까스텔바쟉 모델 이하늬. ⓒ News1

◇일상복으로 손색 없는 '골프웨어'로도 진출…아웃도어 아예 접기도

골프웨어로 영역을 확장한 아웃도어 브랜드도 많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한국인에게 친숙해질 만큼 성장한데다 골프웨어는 편안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 입기에 손색없다는 장점이 있다. K2코리아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다이나핏'과 골프웨어 브랜드 '와이드앵글'을 선보였다.

블랙야크도 올해 초 골프웨어 브랜드 '힐크릭'을 론칭하고 '친환경' 콘셉트의 라이프웨어 브랜드 '나우'를 인수해 운영 중이다. 아울러 블랙야크가 패션이 아닌 완전히 다른 업종인 커피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도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블랙야크는 지난 5월 커피 로스팅 업체 '커피클릭'을 인수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케이프'의 콘셉트를 스포츠 캐주얼로 변경했지만 아웃도어 시장 위축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해당 브랜드를 철수시켰다. 대신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에서 캐주얼 라인을 강화했다. 또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쟉'을 2015년 국내 론칭한데 이어 2016년에는 프랑스 까스텔바쟉 본사를 인수했다.

아예 아웃도어 시장을 이탈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지난 2015년 휠라아웃도어(휠라)를 비롯해 살로몬(신세계인터내셔날), 할리한센(금강제화)이, 2016년에는 노스케이프(형지)를 비롯해 잭울프스킨(LS네트웍스)이 아웃도어 시장을 떠나갔다. 지난해엔 섀르반(제로투세븐), 이젠벅(네파) 등의 브랜드가 사업을 접었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업계는 다운점퍼 위주로 크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전 국민이 다운점퍼를 하나씩 소유한 상황"이라며 "아웃도어 시장 자체에서 확장할 수 없게 된 아웃도어 업체들이 스포츠웨어 시장으로 진출하고 아이돌 모델을 내세우며 젊은 고객도 끌어오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부는 스포티즘 바람, 아웃도어 시장 위축, 아웃도어 패션이 결국 스포츠웨어에서 파생됐다는 점에서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가 스포츠웨어로 전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패션협회는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3년간의 하향세에서 벗어나 안전기에 진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과거 등산이나 캠핑이 주도했던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이 2018년에는 라이프스타일로 급격하게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생활 아웃도어 스타일을 의미하는 '일상의 아웃도어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골프웨어 시장은 2년여간 가파른 성장세를 마감하고 조정기를 맞게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