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넘어 달리는 中, 불확실성 놓인 美…K-배터리 수난시대
CATL, 1위 LG엔솔 0.3%p 격차 맹추격…프리미엄 배터리까지 공습
북미 시장도 '트럼프 리스크' 변수…기술 개발·공급망 확대 대응 분주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이 중국 밖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저렴한 배터리를 넘어 국내 기업의 주력시장인 삼원계 프리미엄 배터리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15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 전기차(EV·PHEV·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319.4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대비 43.2%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32.9% 늘어난 88.6기가와트시(GWh)로 점유율 1위(27.8%)를 '힘겹게' 지켰다.
2위 CATL은 72.5% 증가한 87.8GWh로 시장 점유율(27.5%)이 1위와 불과 0.3%p 차다. LG에너지솔루션보다 성장 속도가 빠른 CATL이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내수 비중이 압도적이던 비야디(BYD)도 중국 바깥으로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394.8% 늘어난 6.8GWh로 6위(점유율 2.1%)에 올랐다. 2022년 비(非)중국 시장 점유율 0.6%(10위)에서 점유율이 3배 넘게 뛰었다.
지역적으로는 유럽 진출이 인상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1.8%에서 2023년 1~7월 40.1%까지 확대됐다. 한국 기업 점유율은 2021년 70.6%였다가 2023년 1~7월 57.0%로 하락했다.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아닌 국내 기업 주력상품인 '삼원계(NCM) 배터리'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점도 위기 신호다. CATL은 포르쉐의 첫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마칸 일렉트릭에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하며 프리미엄 NCM 배터리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업계가 공을 들이는 북미 시장도 '트럼프 리스크'에 놓여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는 지난해 국내 업체들에 상당한 수익을 안겨줬지만 IRA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국내 업계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공급망 다각화 및 원가 절감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함량을 40~60%로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양산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기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원통형 신제품인 46(지름 46㎜)시리즈 양산을 시작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장을 통한 수익성 확보 방안도 추진 중이다.
삼성SDI(006400)는 올해를 '퀀텀 점프를 준비하는 해'로 규정하고 각형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신제품인 P6 양산에 돌입했다. 최근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인재를 대거 충원하면서 대형 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온도 주력이었던 파우치형 하이니켈 NCM 배터리에서 각형, 원통형으로 폼팩터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엔 미국 음극재 파트너사 웨스트워터 리소스와 음극재 원재료인 천연흑연 3만4000톤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고 IRA 대응력을 강화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이 LFP와 NCM 두 종류를 모두 양산하고,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하면서 점유율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며 "미래형 배터리 개발과 공급망 다변화, 정부의 대미 대응 등의 노력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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