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타깃' 주력회사 지키려…현정은 회장, 오늘 이사회 퇴진

현대엘리베이터 임시주총…현 회장,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
쉰들러측·행동주의펀드 등의 경영권 위협 방어 차원…"지배구조 개선·주주가치 제고"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이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종교교회에서 열린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차녀 정지수씨와 백지연 전 앵커의 외아들 강인찬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나오고 있다. 2023.6.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경영권을 위협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017800)가 기업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 재정비에 나선다. 현정은 회장이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사외이사 선정 프로세스도 개선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충북 충주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다. 앞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그룹 주력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날 주총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한다. 현 회장은 2004년 3월부터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이번 결정은 이사회 중심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새로운 이사진으로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인 임유철 사모펀드 H&Q파트너스 대표이사가 합류할 예정이다. H&Q파트너스는 올해 현대네트워크의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 등에 약 3100억원을 투자하며 현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백기사로 나섰다.

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보통 결의 사항으로 주주 의결권 과반수 및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현재 현 회장(5.74%)과 현대홀딩스(19.26%)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감안하면 무난히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이기화 다산회계법인 파트너) 선임안은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상법에 따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의결권을 최대 3%만 행사하도록 제한한 이른바 '3% 룰'을 적용받는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사회 재정비에 나서는 이유는 주요 주주인 다국적 승강기 기업 쉰들러 홀딩 아게, 행동주의펀드 KCGI운용 등이 주주가치 제고 등을 내세워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주주대표소송 등의 행동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노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쉰들러 측은 '투자자금 회수'를 명목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조금씩 팔아 올 초 15.5%였던 지분이 지난 26일 기준 11.51%까지 줄었다. 이를 두고도 일각에선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하락을 유도해 경영권을 흔들려는 목적이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KCGI운용은 지난 8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입을 알리면서 최대주주인 현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 등을 포함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고, 결국 현 회장이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KCGI운용은 이날 임시 주총에 대해서도 촉박한 일정을 문제삼아 주주권익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촉박한 일정으로 일반 주주의 주주제안권을 제한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임유철 후보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의 건과 이기화 후보의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관련해 '찬성'을 권고했다.

두 후보에게 특별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은 데다 여성 사외이사 후보(이기화)로서 이사회의 다양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사외이사 선임이 필수인 만큼 현 회장이 물러나면 추가로 여성 사외이사가 1명 이상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외부 압박에 현 회장이 경영권 사수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