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극복한 플라스틱, 미생물로 해냈다…세계 첫 상용화 목전[미래on]
생분해 플라스틱 한계 넘은 3HP…식물성 기름만으로 PP급 물성 구현
28~30도서 1년 내 90% 이상 분해…2027~2028년 상업화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생분해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다. 일상 속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쓰레기 봉투나 식기류 등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돼 해로운 물질을 남기지 않는 플라스틱을 말한다. 기존 플라스틱이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나프타를 재가공해 만들어진다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식물성 원료에서 탄생한 소재다.
가장 널리 알려진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폴리락틱산(PLA, Polylactic Acid)이다. PLA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전분을 발효시켜 만든 젖산을 원료로 생산된다.
인체에 흡수돼도 분해·배출이 쉽고 공기 투과 성능이 뛰어나 생활 소비재 등에 많이 쓰이지만 수분이나 열에 약하고 물성 변형이 어려워 활용처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PLA 자체로는 투명한 플라스틱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또한 PLA는 자연상태에서 분해되려면 58~60도 정도의 온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도 있다.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PLA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PLH(Poly Lactate 3-Hydroxypropionate)다.
PLH를 만들기 위해서는 3-하이드록시프로피온산(3HP, 3-Hydroxypropionic acid)이라는 새로운 원료가 필요하다. 젖산과 3HP를 중합해 만들어진 생분해 플라스틱이 PLH다.
3HP를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은 바로 '미생물'이다. 옥수수 등 식물에서 나오는 포도당이나 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비정제 글리세롤을 미생물로 발효시켜 생산한 원료가 3HP이기 때문이다.
3HP를 활용해 생산한 PLH는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 구현이 가능하고, 유연성이 뛰어나 가공 후에도 투명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3HP는 플랫폼 케미칼(다목적 화학물질)로 불리기도 한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기능성 화장품 원료, 접착제, 코팅제, 기저귀 등에 쓰이는 고흡습성수지(SAP)는 물론 일회용 포장용기, 부직포, 친환경 페인트, 포장용기, 필름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또한 3HP 자체로는 28~30도의 온도에서 12개월 내 90% 이상 분해되기 때문에 한층 친환경적인 원료로 평가받는다.
3HP를 활용한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은 그간 이론상으로만 연구돼 왔다. 미생물 발효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3HP 양산 기술을 확보한 LG화학이 지난 2020년 이를 활용한 PLH 개발에 성공하면서 상용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LG화학은 분리정제 공정 기술을 갖춘 GS칼텍스와 손잡고 여수에 3HP 실증플랜트를 완공, 내년 1분기부터 시제품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두 회사가 시제품 생산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3HP 상용화 사례가 된다.
3HP를 활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오는 2027~2028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기존 플라스틱 대비 가격이 비싸지만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로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가격 경쟁력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지난 2021년 기준 12조원으로, 오는 2026년에는 3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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