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없어도 알아서 최적항로 찾는다…'바다 위 테슬라' 위력적인 이유

'2030년 337조' 자율운항 선박 시장 급성장…조선 '빅3'도 기술개발 등 투자 확대
연료 절감 및 탄소감축 효과에 해운인력난에도 도움…법적 제도·보험 등 규제 해결 관건

현대중공업그룹의 '아비커스'가 인천 중구 왕산마리나항에서 자율운항 선박 시연회를 갖고 있다. 2022.7.1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조선업계가 자율운항 기술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적 경로 운항으로 연료 절감을 통한 효율성은 물론 해운업계 인력난을 해결할 대안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삼성중공업·한화오션은 주변 상황 인지·제어·운항 기술인 '완전 자율운항 선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안전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자율운항 기술이 조선업계를 이끌 차세대 기술이란 판단에서다.

기술력 면에서 가장 앞선 곳은 HD현대의 자회사 아비커스다.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 2.0'를 글로벌 선사에 공급 계약을 맺으며 국내 업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하이나스 2.0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시한 자율운항 4단계 중 2단계에 속하는 솔루션으로 지난해 아비커스가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의사결정 지원 수준을 넘어 딥러닝 기반의 상황 인지·판단으로 돌발상황에 선박 스스로 대처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아비커스는 레벨2 수준을 넘어 IMO 규격에 맞는 레벨3 이상의 자율운항 선박 솔루션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레벨3는 선원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 제어가 가능한 선박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와 함께 국제 법규 제정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벌크선사인 '팬오션'과 손잡고 자율운항 선박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트윈 플랫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협약을 통한 공동 연구를 기반으로 내년 1월에는 디지털 트윈 기반 선박 관리 플랫폼을 팬오션 17만4000㎥ LNG운반선에 탑재해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 플랫폼은 지능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선박 관리 플랫폼으로, 선박 운항 정보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또 선박 내 모든 시스템 성능과 장비를 통합 관리하고 최적화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해 선박 운영비용(OPEX )절감이 가능하다.

한화오션(042660)도 자율운항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서해 제부도 인근 해역에서 자율운항 선박에 대한 해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또 대형 상선을 모사한 '한비'로 자율운항 전용 테스트 선박을 통해 지속적인 자율운항 시스템 검증에 나서고 있다.

한비를 활용해 이를 원격 제어하고 상시 운영하는 자율운항선 관제센터도 경기도 시흥시 한화오션 R&D캠퍼스에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를 통해 한화오션은 오는 2030년까지 레벨4 수준의 자율운항이 가능한 스마트십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처럼 조선업계가 자율운항에 주력하는 이유는 효율성과 안전성 높은 기술로 관련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서다. 가장 효율적인 뱃길을 안내하는 자율운항 기술의 경우 연료 절감 효과가 상당해 비용 감소는 물론 글로벌 탄소감축 기조에도 대응할 수 있다. 또 선원이 탑승하지 않는 4단계에 이르면 인력난도 해소할 수 있다.

자율운항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늘자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세계 자율운항 선박 시장 규모는 2015년 544억달러(약 72조원)에서 2025년 1550억달러(약 206조원), 2030년 2541억달러(약 33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조선사에서 미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자율운항 선박에 지속 투자하면서 기술력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현재는 미미한 법적 제도나 보험 등 규제가 해결되면 자율운항 시장 성장세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