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윤활유도 달라야…정유업계 달려드는 배터리 '액침냉각'

SK이노·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전기차용 유체 개발 중
공랭·수랭식보다 효율 높아…글로벌 액침냉각 시장 연평균 24.2% 성장

GRC 액침냉각 시스템 실물 사진 (SK이노베이션 제공)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전기차 보급 확산에 발맞춰 정유업계가 전기차용 윤활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기차 모터와 감속기 마모를 막고 효율을 높이는 구동계 윤활유를 개발·출시한 데 이어 배터리 열관리를 위한 유체(e-fluids) 개발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의 분기 보고서를 보면 각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열관리 유체를 개발 중이다. 에쓰오일(010950), HD현대오일뱅크도 내부적으로 유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액침(液浸)냉각은 배터리를 유체에 직접 넣어 식히는 방식으로 차세대 배터리 열관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수랭식이나 공랭식보다 열관리 효율이 높으며 배터리 화재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액침냉각이 전기차 배터리 열관리 분야에서 대세 기술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서버·전기차·충전기 등 액침냉각 시장은 2030년 17억1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2억4400만달러(약 3300억원)였는데 연평균 24.2% 성장하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유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액침냉각에 쓰이는 유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는 대전R&D센터에서 액침냉각 유체를 개발 중이다. 미국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 기업인 GRC과 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GRC에 2500만달러(약 324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SK엔무브는 서버 열관리용 액침냉각 유체를 개발하는 한편, 전기차용 유체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도 완성차 기업에 맞춤형 액침냉각 유체를 공급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공랭 및 수랭 방식의 열관리 기술보다 액침냉각 방식이 전력 소비량을 훨씬 더 줄일 수 있다"며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도 액침냉각으로 트렌드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전기차 구동계에 쓰이는 윤활유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모터와 감속기 등 구동 효율을 높여 전비를 향상하는 역할을 한다.

SK엔무브는 프리미엄 기유 브랜드인 유베이스(Yubase)를 기반으로 전기차용 윤활유를 개발,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전기차용 윤활유 판매량도 연평균 33% 성장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인 '킥스 EV'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세븐 EV'를 출시하고 하이브리드(HEV) 및 전기차용 윤활유를 판매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액침냉각 유체와 함께 전기차 윤활유를 개발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IS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윤활유 시장은 연평균 29% 성장해 오는 2031년에는 약 174억달러(약 2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