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시멘트업계…오봉역 사고로 수도권 출하 차질

오봉역 출하기지 수도권 운송 중단…천안·도안에서 BCT로 대체 공급
6월 화물연대로 1000억 손해…유연탄·전력비 급등으로 영업익 반토막

영등포역 부근에서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열차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시멘트업계에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연탄 가격, 전력비 상승,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발생한 사고로 수도권 시멘트 출하에 차질이 생겼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지난 6일 대형 시멘트 7개사에 오봉역 시멘트열차 운행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지난 5일 오봉역에서 코레일 소속 30대 직원이 작업 중 기관차에 치여 숨지면서 코레일이 사고원인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오봉역은 쌍용C&E,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등 대형 시멘트사 7곳이 수도권 출하기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서울 한강 이남부터 수도권 남부지역의 레미콘공장과 건설현장에 수도권으로 출하되는데, 하루 8000여톤, 일주일 5만7000톤이 출하된다.

오봉역 사고 여파로 출하가 중단되면서 시멘트업계는 평시 출하량의 30~50%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는 사고 원인 조사부터 정상 출하까지 3~4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수도권 건설현장과 레미콘 공장도 '도미노'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봉역에서 공급할 때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고 비용도 들지만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운송 중단때보다는 피해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는 오봉역 대신 출하기지의 역할을 할 철도역으로 충남 천안역과 충북 도안역을 선정해 시멘트를 수송한다는 계획이다. 두 역에서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차량으로 수도권 레미콘 공장과 건설현장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오봉역 사고 다음날인 6일에는 서울 영등포역에서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해 25명이 다쳤다. 사고 복구 작업으로 인해 영등포역 인근 수색역 출하기지 시멘트 출하량은 하루 6000톤의 3분의 1 수준인 2000톤으로 줄었다. 업계는 영등포역 사고 복구가 신속히 이뤄짐에 따라 수색역 기지 운송도 곧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올해 시멘트 운송과 관해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 6월7일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며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의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파업 철회로 같은달 15일 정상적 재개를 출하하기 전까지 시멘트업계의 누적 손실액은 1060억원에 달한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과거 화물연대 파업이나 철도파업때와 같은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모든 시멘트 업체들은 이번 사고로 인한 출하 차질을 최소화하고 건설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운송 문제와 달리 유연탄 가격 급등에 따른 경영 부담은 현재진행형이다.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평균 톤당 140달러대였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급등해 톤당 400달러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유연탄 구매비용은 시멘트 제조 비용의 30~40%를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 업계는 시멘트 가격을 인상하며 유연탄 가격을 지난해 평균 가격으로 상정했는데 가격이 2~3배 오르자 하반기에도 가격을 올리려 했다. 하지만 '조업 중단'을 불사한 레미콘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인상 시점을 연기했다.

유연탄 가격뿐 아니라 시멘트 제조비용의 20%를 차지하는 전력비도 올해만 3차례 인상돼 누적 인상률이 30%에 달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각종 비용 급등은 경영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계 1위인 쌍용C&E의 경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61억원으로 반토막(46.1% 감소)났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