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화학업계 부진 장기화되나
에틸렌 가격 하락에 주요 화학사 영업이익 반토막
공급 늘지만 수요 회복 불투명…'장기침체 가능성'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에틸렌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화학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이미 반토막이 났는데, 앞으로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욱 문제다. 올해 하반기는 물론이고,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8월 첫째주 에틸렌 가격은 톤당 820달러로, 지난해 3분기 평균 가격(1240달러)보다 33.9% 하락했다.
그나마 이 가격은 남미 지역 설비의 셧다운으로 아시아 지역 제품 공급이 부족해 일시적으로 반등한 수치다. 7월 첫째주 가격(696달러)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연평균 에틸렌 가격도 톤당 1000~1100달러대를 오갔던 2015~2018년과 달리 올해 평균 가격은 현재까지 845달러로, 1000달러 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인 납사를 분해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기초 유분인 에틸렌은 '화학산업의 쌀'로 불린다. 이 에틸렌을 가공해 폴리에틸렌(PE)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과 합성수지, 합성섬유 등을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원료인 에틸렌 가격은 화학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화학업계의 유례없는 호황은 이런 에틸렌 가격의 높은 스프레드(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의 차이)가 배경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이 셰일가스를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여기에서 뽑아낸 저렴한 에틸렌의 공급량이 많아졌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다 미국·중국의 무역분쟁은 수요 부진으로 이어져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이는 우리 화학기업의 실적 저조로 직결됐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주요 화학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2%, 50.6%, 47.1%씩 감소해 반토막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가 가장 업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급증한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은 계속될 전망이고, 각 사의 에틸렌 생산 설비 증설도 곧 예정됐거나 이미 완료돼서다.
실제로 최근 몇년 동안 롯데케미칼 등 주요 화학사와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전세계적인 석유화학 제품 수요의 성장을 예상하고 에틸렌 생산 설비 투자에 나섰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잇따른 크래커 증설로 올해 하반기 전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은 기존보다 4.5%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분쟁은 환율전쟁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는 등 수요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며, 장기 침체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수요 회복이 아직 불투명한데,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 스프레드 하락은 불가피하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의 화학제품 수입 구매력 감소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업황에 부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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