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휴업? 알뜰주유소는 시큰둥 "밥그릇챙기기에 불과"
정부 "가짜석유·면세유 잡겠다"...주유소협 "과도한 규제다"
- 장은지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한국주유소협회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주유소 생존권 사수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이날 참석자들은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철회와 주유소 생존권 보장을 위한 업계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치 않을 경우, 오는 12일 전국 주유소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동맹휴업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2014.6.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figure>한국주유소협회가 오는 12일 전국 주유소 3029곳이 동맹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두고 '명분없는 휴업'이란 비판이 거세다.
주유소협회는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7월 시행 예정인 '석유제품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철회를 주장하며 동맹휴업을 결의했다. 앞으로 정부의 반응을 봐서 2차 동맹휴업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나 한국석유관리원의 동맹휴업 관련 문의에는 일체 응대하지 않는 전략으로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유소 동맹휴업은 소비자를 볼모로 한 '집단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부가 가짜 휘발유 근절을 위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월간보고를 주간단위로 바꾸는 것일 뿐인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짜석유·면세유 탈루세액 3조 넘어
주간보고 시행은 주유소협회가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하던 월간보고를 석유관리원이 주간 단위로 직접 들여다보겠단 것이다. 석유관리원이 보고 받게 되는 내용은 입고량과 출하량, 재고량이다. 이 세가지 항목을 주간단위로 좀더 투명하게 살피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가짜석유 유통과 탈세의 온상으로 알려진 농·어업용 면세유를 근절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겨있다.
가짜 석유와 면세유 부정 유통에 따른 탈루 세액 규모는 연간 3조7225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탈루세액을 잡으려면 전산시스템을 통한 보고 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그동안 이를 월간으로 하다보니 가짜 석유 유통을 적발하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가짜 석유 유통이 일주일 내에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주간보고 시스템을 통하면 이같은 세금 탈루 행위가 체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유소협회는 이같은 정부의 방침이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협회는 아르바이트생 1명 늘리기도 벅찬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주간보고로 빚어지는 업무량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유소협회 측은 "보고과정에서 숫자가 조금이라도 맞지 않게 되면 석유관리원이 이를 적발해 엄청난 액수의 과태료를 물게 될 것"이라며 "과태료 걱정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전산보고에 필요한 포스(POS) 단말기 관리비용도 부담이라고 호소했다. 월 5~6만원 정도 드는 단말기 관리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포스 단말기 구축비용은 정부가 부담한다고 하지만, 그게 다 국민 세금에서 나가는 것 아니냐"며 "월 5~6만원 드는 단말기 관리비도 우리에겐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정부의 의견은 달랐다. 이미 전국 주유소의 77%가 보고 시스템을 갖춘 단말기를 설치 완료했고, 나머지 23%의 주유소만 설치 대상이라는 것이다. 또 신청만 하면 정부가 단말기 설치비용을 모두 지원한다. 관리비 부담에 대해서도 산업부 관계자는 "연간계약을 맺으면 단말기 관리비는 월 2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정부 "동맹휴업 불법이므로 엄정 대처"
정부는 실제 동맹휴업 참가 주유소가 1000곳 이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동맹휴업'을 강행할 경우에 이를 불법으로 간주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주간보고 시행 유예에 대해서도 정부는 '절대 불가' 방침을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체 알뜰주유소 1060곳이 이미 주간보고 제도 시행에 동참키로 했고, 정유사 직영 주유소 1600곳도 참여할 예정"이라며 "제도 시행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자영알뜰주유소협회도 "동맹휴업은 명분도 논리도 없는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고 주유소협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자영알뜰주유소협회는 "수십년 동안 석유유통에 대한 기득권을 갖고 독과점시장에서 국민을 고유가로 내몰아 이득을 취해온 집단이 이제와서 석유유통시장의 각종 정책들을 정상화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주유소업계 내부에서도 갈등을 빚자, 주유소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주유소 개수는 1만3000여개로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이다. 여기에 알뜰주유소와 자가상표(무폴) 주유소까지 포함하면 1610곳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464곳(40.48%)이 늘었다. 주유소간의 합리적인 경쟁과 수익창출을 위해 적정한 주유소 개수는 8000~9000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름 1ℓ 팔아봐야 100원도 남지 않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주유소 난립으로 제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는데 수익성이 좋지 않은 주유소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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