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컨 불모지' 유럽, 폭염에 수요 꿈틀…삼성·LG '블루오션' 공략
'독일 3%·프랑스 5%' 에어컨 인색한 유럽 '변화 조짐'
친환경·고효율·맞춤형으로 공략…'규제 장벽' 숙제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가전업계가 '에어컨 불모지'인 유럽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90%를 상회하는 한국, 미국과 달리 유럽은 특유의 온화한 날씨와 문화적·제도적 한계 탓에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10% 미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유럽에도 '찜통더위'가 찾아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엄격한 친환경 규제와 문화적 저항감은 풀어야 할 숙제지만, 미개척지에 가까운 유럽 시장이 오히려 '에어컨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셈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지난달 17~21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 냉난방공조(HVAC) 전시회 'ISH 2025'에 나란히 참가해 주거용부터 상업용까지 다양한 냉난방공조 설루션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인 히트펌프 '슬림핏 클라이밋허브'(가정용), 'EHS 모노 R290' 등 EHS 제품과 신제품인 '비스포크 AI 무풍콤보' 벽걸이형 에어컨, '스마트싱스'를 통해 가정 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AI홈 설루션 등을 소개했다.
LG전자는 '혁신적 난방의 개척자' 슬로건 아래 주거용 공기열원 히트펌프 '써마브이', 유럽 단독주택에 최적화된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 고성능 AI가 알아서 냉방 세기를 조절해 전기료 절감을 돕는 상업용 설루션 '멀티브이 아이' 등을 내놨다.
양사 모두 전통적으로 에어컨보단 난방기 보급률이 높은 유럽의 특성을 고려해 '히트펌프' 제품을 앞세웠지만, 무풍에어컨 등 냉방장치도 일부 끼워 넣었다는 점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유럽은 그간 가전업계에서 '에어컨 불모지'로 통했다. 여름이 짧고 습도가 낮은 데다 한여름에도 최고 기온이 30도 안팎에 그치는 '축복의 땅'인 덕이 컸다. 타 대륙보다 엄격한 환경 규제와 비싼 전기료, 도시 미관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도 한몫했다.
이에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은 낮게는 3%에서 많아야 10%대 중반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 추정치는 3~5%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 전역을 놓고 봐도 에어컨 보급률은 2022년 기준 19% 남짓이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유럽도 '무더위 사정권'에 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7월 올림픽을 개최했던 프랑스 파리가 실내외 냉방 장치를 준비하지 않았다가 섭씨 40도까지 치솟은 폭염 문제로 진땀을 흘렸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럽도 에어컨 수요가 고개를 든 것이다. 미국 GMI에 따르면 2023년 800억 달러(약 118조 원) 수준이던 유럽 에어컨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4.8%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모도 인텔리전스도 유럽 에어컨 시장이 2027년까지 5.8%씩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관건은 유럽의 까탈스러운 '규제 장벽'이다. 유럽연합(EU) 탄소중립과 친환경 전환을 목표 다양한 규제를 신설·시행하고 있다. 수백년 전 지어진 건축물을 현대에도 사용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에어컨 설치가 어려운 점, 도시 미관을 중시하는 문화도 걸림돌이다.
실제 파리는 구도심 지역 건물 외벽에 실외기 설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실외기를 추가 설치할 때마다 수백만 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올해 1월부터 건물 외벽에 에어컨 및 위성 안테나 설치를 전면 금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폭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에어컨) 규제는 결국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유럽이 친환경 드라이브를 세게 걸고 있고, 도시 미관을 유지하기 위한 규제도 까다롭다는 점이 최대 난관"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친환경·고효율·맞춤형 3대 전략을 중심으로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ISH 2025에서 지구온난화지수(GWP)가 3에 불과한 자연냉매(R290)를 내세웠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프랑크푸르트에 '에어솔루션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유럽 에어솔루션연구소를 신설한 것과 관련해 "탈탄소 및 전기화에 대응하고, 지역별 기후에 특화된 공조 제품을 개발하는 등 차별화된 설루션으로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공조 시장을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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