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엑사원 딥' "美·中 뛰어넘었다"…K-피지컬 AI 가능성 열어

LG, 추론 AI '엑사원 딥' 공개…"동급 오픈AI·딥시크보다 우월"
AI 에이전틱 개발 속도…로봇·자율주행 등 피지컬 AI에도 기여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LG가 18일 세계 최정상급 추론형 인공지능(AI) '엑사원 딥'(EXAONE Deep)을 공개하면서 AI 산업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엑사원 딥은 동급 모델 기준 미국 오픈AI, 중국 딥시크보다 성능이 우월한 데다, 현존 최고 사양으로 평가받은 알리바바의 'QwQ-32B'과도 견줄 수 있어 업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국내 기술로 만든 첫 AI 추론 모델이 등장했다는 점은 물론 지식 AI 단계를 넘어 '에이전틱(Agentic) AI' 시대에 한국도 탑승하게 됐다. 지식 AI는 챗봇 형식으로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인 반면 에이전틱 AI는 AI가 능동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검증·추론이 가능하다. 나아가 국내 독자 기술에 바탕을 둔 '피지컬 AI'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가 만든 첫 K-추론 AI…"오픈AI·딥시크보다 성능 우수"

LG AI연구원은 이날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엑사원 딥'을 오픈소스로 소개했다. 한국 기업이 자체 개발한 '추론 AI' 모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 미국 오픈AI와 구글, 중국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가진 극소수 기업만 자체 추론 AI를 개발한 상태다.

주목할 점은 '엑사원 딥'이 오픈AI나 딥시크를 웃도는 최정상급 성능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엑사원 딥-32B'는 매개변수가 320억 개로 '딥시크 R1'(6710억 개 매개변수)의 단 5% 규모만으로 미국(오픈AI), 중국(딥시크) 모델들보다 우수한 성능을 구현했다.

매개변수는 자료를 처리하기 위해 명령어를 입력할 때 추가·변경하는 수치 정보로 수가 많을수록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LG AI연구소는 이미 3000억(300B) 개 매개변수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 중이지만 효율과 비용을 고려해 최적화 작업을 진행, 적은 매개변수로도 최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엑사원 딥을 개발했다.

실제 엑사원 딥-32B는 대학 수준 이상의 수학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수학(MATH)-500은 95.7점으로 딥시크 R1(97.3점)보단 낮았지만 알리바 QwQ32B(95.5), 압축 증류 모델인 딥시크-R1-라마-70B(94.3)보다 앞섰다. 미국 수학올림피아드(AIME) 테스트에서도 엑사원이 90.0점으로 가장 높았다.

엑사원 딥은 과학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GPQA 다이아몬드 테스트에선 66.1점을 받아 딥시크 R1(71.5점)보다는 낮았지만, QwQ-32B를 비롯해 매개변수 규모가 유사한 타 모델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였다. 다중과제 언어이해평가(MMLU)에서는 83점으로 딥시크 R1(90.8점)보다 낮았고, MMLU프로 버전에서도 R1보다 밀렸다.

매개변수가 21배 많은 딥시크 R1보다 일부 성능이 밀렸지만, 동급 매개변수 모델보다는 훨씬 우월한 성능을 입증한 것이다. 경량 모델인 엑사원 딥-7.8B는 미국 오픈AI의 'o1-mini'의 성능을 상회했고, 온디바이스 모델인 엑사원 딥-2.4B도 동급 모델과의 성능 비교 평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엑사원 딥-32B의 수학 영역(왼쪽) 과학과 코딩 영역 성능 비교(LG 제공)

韓 독자 기술 기반 AI 개발 박차…에이전틱·피지컬 AI까지

업계는 엑사원 딥의 등장으로 한국의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에 기반을 둔 '에이전틱 AI' 기술 개발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은 우선 '에이전틱 AI' 사업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엑사원 딥이 온디바이스 모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 입증된 만큼, LG전자(066570)·LG유플러스(032640) 등 계열사들을 통해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을 짰다. 올 하반기 업계 최초로 전력 소모량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온디바이스 sLM'(기기 장착형 소형언어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AI과학자(CSAI)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5(모바일월드콩그레스 25)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엑사원 3.5 공개에 이어 고도의 추론작업에 최적화된 엑사원 새 모델을 준비 중"이라며 "LG유플러스와 함께 온디바이스형 특화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엑사원 딥은 궁극적으로는 'K-피지컬 AI'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 AI는 로봇공학, 자율주행차 등 현실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고 학습하는 능력을 갖춘 AI를 말한다. 피지컬 AI 연구에는 '두뇌' 역할을 하는 추론 AI 개발이 필수적인데, 엑사원 딥 이전까진 국내 기술로 만든 추론 AI 모델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론 AI 모델이 있어야 에이전틱 AI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고, 그다음 단계인 피지컬 AI까지 확장할 수 있다"며 "첫 단계인 추론 AI를 한국의 독자 기술로 완성한 것도 기념비적이지만, 그 성능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