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이 갈랐다…삼성 반도체, SK하이닉스에 연간 영업익 1위 내줘

삼성전자 4Q 영업익 6.5조…DS부문 3조 그칠 듯, 연간 15조 추정
SK하이닉스 3분기 누적 15.4조…젠슨 황 "삼성 해낼 것" 상반기 반등 기대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삼성반도체가 지난해 4분기에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레거시(범용) 메모리 시황 악화로 수익성이 낮아진 탓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15조 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운 SK하이닉스(000660)에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삼성전자(005930)는 8일 2024년도 4분기 및 연간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5조 원, 6조 5000억 원으로 모두 컨센서스(매출, 77조 4035억 원, 영업이익 7조 9705억 원)를 밑돌았다.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보다 1조 원 이상 적게 집계됐다.

주력 사업인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의 실적 악화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모바일 등 전방 IT산업 수요가 둔화하면서 범용 메모리 수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동률 하락 등으로 인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의 적자가 겹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범용 메모리 분야 실적 악화를 상쇄해 줄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에 실패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계획했던 5세대 HBM(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이 지연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업계 최초로 HBM3E 12단 제품을 개발하는 등 HBM 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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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의 대표 제품인 HBM에서 경쟁사에 뒤처지면서 지난 한해 범용 메모리 시황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시황이 좋았던 지난해 2분기 DS 부문 영업이익은 6조 4500억 원을 기록했으나 3분기에는 3조 8600억 원으로 감소했다. 4분기에도 DS 부문 영업이익은 3조 원대에 그친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DS부문의 누적 영업이익은 약 12조 2200억 원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15조 원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5조 3845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내주게 된 셈이다.

엔비디아의 HBM 제1공급사인 SK하이닉스는 범용 메모리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4분기 호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SK증권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을 8조 1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2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HBM으로만 약 7조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범용 메모리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중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기조연설에서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을 탑재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 카드를 공개하고 있다. 2025.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삼성전자의 HBM에 대해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원래 엔비디아가 사용한 첫 HBM 메모리는 삼성 제품이었다. 그들은 회복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황 CEO는 삼성전자 HBM의 품질테스트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삼성은 설계를 새로 해야 하고, 해낼 수 있다"며 "삼성이 매우 빠르게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중 HBM3E 공급을 본격화할 경우 실적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키움증권은 "D램 유통 재고 건전화 및 HBM3E 사업 본궤도 진입으로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6세대 HBM(HBM4)의 로직 다이 시험 생산에 돌입하는 등 차세대 HBM 개발에도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