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안놓아" 이재용 특명…'영업·기술 투트랙' 사장단 발탁

파운드리사업부장에 한진만 사장…CTO 신설해 제조 전문가 남석우 사장 배치
고객사 관리 및 기술 개발 병행 의지…엑시노스2500 수율 개선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ZEISS) 본사에서 칼 람프레히트(Karl Lamprecht) ZEISS그룹 CEO 등과 만나 양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ZEISS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24.4.28/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수장을 교체하고, 사업부 산하에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해 사장급 임원을 배치했다.

파운드리 사업부가 기술 경쟁력 약화와 대형 고객사 유치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7일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한진만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신임 파운드리 사업부장으로 선임했다. 2020년부터 파운드리 사업부를 이끌던 최시영 사장은 물러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 수장 교체와 동시에 사업부 내에 사장급 CTO 보직을 신설하고 남석우 DS부문 제조&기술 담당 사장을 배치했다. 파운드리는 기술력은 물론 고객 관리가 중요한 사업인 만큼 한 사장과 남 사장을 전면에 세워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사업 감각이 뛰어난 한 사장이 대형 고객사 유치에 주력하고, 남 사장이 선단공정 기술 개발을 지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사장은 전략마케팅실장을 거쳐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으로 일하며 현지에서 반도체 사업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미국 주요 빅테크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대형 수주를 따낼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한 사장을 기술전문성과 사업 감각을 겸비한 인사로 평가하며 "파운드리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인 남 사장은 파운드리 선단공정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남 사장은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 제품 공정 개발을 주도한 바 있으며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DS부문 제조·기술 담당을 역임했다.

경쟁사이자 파운드리 글로벌 선두인 TSMC에 맞서 2나노(㎚·10억분의 1m) 이하 선단공정 개발과 수율 안정화를 이뤄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한진만 신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삼성전자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이번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단 인사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 기술경쟁력 약화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파운드리 투자를 축소하기로 했는데 이번 인사를 통해 경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결기를 내보인 것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0월 필리핀 출장에서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가능성을 묻는 외신 기자 질문에 "우리는 사업을 성장을 갈망한다. (사업부를) 분사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에 힘을 실으면서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수율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AP인 엑시노스 2500을 삼성 파운드리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나노 2세대 공정으로 생산 중인데 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이 유임되고 파운드리 사업부장이 교체된 것도 설계보다는 생산 단계에서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