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1년 공들인 삼성…HBM3E 납품 보여도 못 웃는 이유
젠슨 황 "삼성 납품 승인 빠르게 작업"…최적화 작업 문턱 넘은 듯
"젠슨 황 발언은 전략적 코멘트"…삼성 납품 단가 낮게 책정할 듯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005930)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5세대 HBM(HBM3E) 공급에 어려움을 겼던 삼성전자 입장에서 반길 만한 소식이지만 안팎의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다.
엔비디아가 공급망 다변화와 원가 절감 차원에서 삼성 HBM을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25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블룸버그TV와 만나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메모리 칩 납품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빠르게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3E 8단은 물론 12단 제품도 품질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게 황 CEO의 설명이다.
앞선 삼성전자의 발표와 황 CEO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3E 제품 공급이 임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이에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엔비디아향 제품 공급이 4분기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HBM3E 12단 제품을 개발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3E을 먼저 개발하며 치고 나가자 12단 제품으로 응수한 것이다.
하지만 개발만 완료했을 뿐 실제 양산과 고객사 품질 테스트 과정이 지난했다. HBM3E 12단 제품의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했지만 하반기로 밀렸고, 12단은 물론 8단 제품도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직도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는 현재진행형이다. 개발 후 9개월간 엔비디아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부터 AMD 등 고객사에 HBM3E 8단 및 12단 제품 공급을 진행 중이지만 AI 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어 이 회사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HBM3E 생산 초기 성능과 발열 문제가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는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사양에 맞게 제품을 최적화하는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엔비디아와 오랜 기간 발을 맞춰온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가 품질 테스트 통과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다.
최근에야 삼성전자는 품질 테스트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사장이 언급한 '유의미한 진전'은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사양에 근접할 정도로 제품을 개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HBM3E 8단 공급을 시작한 뒤 이후 12단 제품으로 품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12단 제품은 내년 상반기부터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을 시작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단시일내에 SK하이닉스(000660)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엔비디아가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HBM3E와 관련한 황 CEO의 발언에 대해 "멀티 벤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엔비디아의 전략적 코멘트"라며 "엔비디아에는 품질 인증 간소화와 같은 타협안이 절대 존재하지 않음을 주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원가 상승 요인으로 향후 매출총이익률이 70% 중반에서 70% 초반으로 일시 조정될 거라고 전망한 것을 언급, HBM 등 주요 부품에 대한 '가격 차등제'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와 같은 주 공급사와는 높은 가격에 대규모 구매 계약을 맺고, 하위 공급사와는 낮은 가격에 협상을 진행할 거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3E 물량이 경쟁사 대비 적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에 가까운 단가를 요구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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