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겨울이래"…블랙웰도 안낸 엔비디아, 루빈 빨리 만들 걱정

젠슨 황, SK에 HBM4 반년 앞당겨 달라 요청…삼성전자도 2026년→2025년 하반기 '수정'

18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일즈포스 연례 최대 규모의 글로벌 IT 콘퍼런스 드림포스 2024에서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세일즈포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스페셜 게스트 패널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마크 베니오프와 젠슨 황은 AI 에이전트에 대한 주제로, 세일즈포스의 AI가 불러올 일하는 방식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세일즈포스 제공) 2024.9.19/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가 나오기도 전에 차차세대 제품을 바라보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을 6개월 앞당겨줄 것을 요청했다. '반도체의 겨울'론에도 AI 가속기 시계는 빨라지는 모습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는 2026년 AI 가속기 신제품인 '루빈'(Rubin)을 출시할 계획이다. 루빈은 엔비디아가 내년 상반기 출시하는 '블랙웰'(Blackwell)의 후속작이다.

전작인 호퍼(Hopper) 시리즈를 잇는 차세대 제품인 블랙웰에는 5세대 HBM(HBM3E)이 탑재되며 차차세대 제품인 루빈에는 HBM4가 들어간다.

블랙웰 출시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HBM3E 양산에 돌입한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메모리 기업에 HBM4 공급을 재촉하고 있다. 벌써부터 루빈 출시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열린 'SK AI 서밋'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HBM4 공급 스케줄을 6개월 앞당겨줄 것을 요청한 일화를 소개했다.

애초 SK하이닉스는 2026년 HBM4 양산을 목표로 했다가 내년 하반기로 로드맵을 수정했는데 이 과정에 엔비디아의 요구가 있었던 것이 드러난 셈이다.

앞서 황 CEO는 루빈 이후에도 매해 새로운 AI 가속기가 출시될 것을 시사했다. AI 구동을 위한 가속기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을 내다본 전략으로 읽힌다.

HBM4 양산 로드맵을 앞당긴 건 엔비디아와 동맹 관계인 SK하이닉스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1월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4 양산 시점이 2026년이 될 거라고 밝혔는데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때는 내년 하반기 HBM4 출하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유했다.

마이크론 또한 내년 상반기 고객사에 HBM4 샘플을 제공하고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까지 HBM4 양산에 속도를 올리는 것은 내년에도 공급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HBM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물량을 쏟아내는 데도 고객사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웰에 탑재되는 HBM3E도 내년에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보면 AI 수요가 뜨겁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