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배수진 친 삼성전자 "6세대서 승부"…이번주 조직개편
창립기념일에 메모리 전략회의, 파운드리·LSI 4~5일…사장단 인사 임박 전망
"守城 마인드 버린다" 엔비디아에 자존심 굽힌 삼성…"HBM4는 반반 싸움 될 것"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삼성전자(005930)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1라운드에서 경쟁사에 완패한 만큼 2라운드에서는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다. 사장단 인사 시기가 대폭 앞당겨질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 1일부터 사업부별 중장기 전략회의에 돌입했다. 메모리 사업부가 1일에 회의를 마쳤고 오는 4일과 5일에는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회의가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는 전략회의를 마치고 이르면 6일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축소하는 등 메모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메모리 중심의 인력 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생산라인 공정 전환을 가속해 범용 제품 생산을 줄이고 고성능·고사양 제품 비중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4분기 중 엔비디아 5세대 HBM(HBM3E) 납품도 시사했다.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이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막바지를 달리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협의된 공급 물량이 소량일 뿐만 아니라 판가도 SK하이닉스보다 낮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 8단은 물론 12단 제품을 납품한다는 전제 하에 낮은 판가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6세대 HBM(HBM4)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HBM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사 차원의 조직 재정비가 이뤄지면서 사장단 인사도 예상보다 빨리 발표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5월 취임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중심으로 새 진용이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현 사장단이 대거 교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에서 빼앗긴 왕좌를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파운드리 경쟁자인 대만 TSMC와도 협력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앞서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제조 관련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해 외부·내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HBM4의 베이스 다이를 자사 파운드리가 아닌 TSMC에 맡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HBM3E까지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베이스다이를 만들어 D램과 연결했는데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에 고객이 요구하는 로직이 들어가면서 파운드리 기업이 직접 만들게 된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전략 수정은 HBM의 마진보다 제품의 성능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는 전 부회장의 사과문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 1일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과거 성과에 안주해 승부 근성과 절실함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미래보다는 현실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경영진부터 냉철하게 되돌아보겠다"고 반성문을 쓰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배수의 진을 치면서 메모리 업계가 내년 하반기 양산을 예고한 HBM4부터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로서는 SK하이닉스가 HBM에서 우세하다"면서도 "삼성전자가 코스트(비용) 다운(절감) 입장에서 HBM 사업을 봤는데 성능과 신뢰성 위주로 전략을 바꾼다면 (HBM4부터는) SK하이닉스와 50대 50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삼성과 SK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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