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 '삼각동맹'…AI 반도체 수익 쓸어간다

TSMC "AI 수요 시작에 불과"…SK하이닉스 "HBM 수요 둔화 시기상조"
TSMC 47.5%·하이닉스 40% '역대급 수익률'…독주 구도 계속될 듯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3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AI 반도체 생태계를 주도하는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 '삼각동맹'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이에 따른 수혜도 독차지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7조 3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증권가 컨센서스(6조 7628억 원)를 크게 상회한 사상 최대 기록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 57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급증했다. 매출 또한 신기록을 세웠다.

SK하이닉스의 성장세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SK하이닉스가 AI 구동에 필요한 고성능의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AI 가속기 선두인 엔비디아에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세대 HBM(HBM3)은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하고 있고, 5세대(HBM3E)도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물량 대부분을 SK하이닉스가 책임진다.

3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D램 비중은 69%인데, D램 내에서 HBM 비중이 30%에 달한다.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급증했다. 4분기에는 D램 내 HBM 매출 비중이 40%를 넘어설 거라는 게 SK하이닉스의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조 3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증권가 컨센서스(6조 7628억 원)를 크게 상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7조 57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반도체 겨울?…AI는 이제 시작

최근 업계에서는 반도체 겨울론이 제기됐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이 많아진 데다 HBM 등 AI 메모리도 공급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3분기 실적 쇼크도 '위기론'에 불을 붙였다. ASML의 장비 수주금액이 시장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에 이어 SK하이닉스도 깜짝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적어도 AI 반도체 시장은 계속 성장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현시점에서 AI 반도체나 HBM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내년에도 공급보다 수요가 강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웨이저자 TSMC 회장도 "AI 수요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 대만 TSMC 간판이 설치돼 있다. 이번 전시는 'AI 반도체와 최첨단 패키지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이날 부터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2024.10.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다만 커지는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삼각동맹이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 칩이 쓰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TSMC가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탑재되는 HBM을 SK하이닉스가 만든다. 세 개 기업이 반도체 생태계를 좌우하면서 높은 마진으로 수익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TSMC의 3분기 매출은 7596억 9000만 대만달러(약 32조 7000억 원), 순이익은 3253억 대만달러(약 13조8000억원)다. 영업이익률은 47.5%에 달한다.

SK하이닉스 또한 3분기 4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내달 14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하는 엔비디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다시 애플의 시총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TSMC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IP) 에코시스템 포럼 2024'에서 SK하이닉스의 HBM3E가 엔비디아의 H200 텐서 코어 GPU와 함께 공동 전시됐다.(SK하이닉스 제공) 2024. 9. 26/뉴스1 ⓒ News1 한재준 기자

삼각동맹 차세대 제품도 공동 개발…독주 구도 계속될 듯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의 독주 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차세대 제품을 공동 개발하며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함께 6세대 HBM(HBM4) 개발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인 HBM3E까지는 자체 D램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지만 HBM4부터는 TSMC가 보유한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기술도 적용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맞춤형 HBM을 공급하기 위해 고객사와도 협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 개발과 관련해 "파운드리 파트너간 원팀 체계를 구축해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안정성과 양산성이 검증된 1b D램(10나노급 5세대 D램)을 활용하고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해 2025년도 출하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