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선두' SK, 3Q 실적 사상최대…"반도체 겨울 없다"(종합2보)
3분기 매출 17.6조, 영업익 7조 '깜짝 실적'…HBM·eSSD 판매 확대 영향
"HBM 공급과잉론 시기상조, 내년도 수요 초과"…AI 중심 반도체 성장 전망 우세
- 한재준 기자,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박주평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내년에도 HBM을 비롯한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공급과잉' 우려를 일축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증권가 컨센서스(6조 7628억 원)를 크게 상회했다.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57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순이익은 5조7534억 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은 HBM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HBM 물량을 납품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의 출시와 함께 SK하이닉스의 HBM 매출 비중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3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D램 비중은 69%인데, D램 내에서 HBM 비중이 30%에 달한다.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급증했다. 4분기에는 D램 내 HBM 매출 비중이 40%를 넘어설 거라는 게 SK하이닉스의 전망이다.
낸드에서는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효자 노릇을 했다. eSSD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430% 이상 증가했다. 낸드 매출에서 eSSD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AI 메모리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각에서 HBM 공급과잉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당분간 수요가 공급을 능가하는 상황이 계속될 거란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현 시점에서 AI 반도체나 HBM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HBM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 난도가 더 증가하고 있고 수율 로스, 고객 인증 요인을 고려하면 오히려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공급보다 수요가 강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각의 우려와 달리 올해 AI향 수요는 계속 예상치를 상회하고, 고객사 추가 공급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도 고객 요구 물량 충족을 위해 필요한 투자도 집행하고 있지만 당초 계획보다 증가된 수요에 모두 대응하기 위한 당사의 생산 여력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HBM이 세대를 거듭할 수록 고객사 맞춤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소수 기업만 생산하는 HBM의 품귀 현상이 이어질 거란 뜻이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을 공급하는 곳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뿐이다. 물량 측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HBM3E 8단 제품은 엔비디아 B100, B200 모델에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부터 양산을 시작해 4분기 출하가 시작되는 HBM3E 12단은 상위 모델인 B300 등 제품에 탑재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12단 제품이 내년 상반기 중 8단 물량을 넘어서고, 하반기부터는 대부분의 물량이 BM3E 12단 제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AI 메모리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으로 범용 제품의 공급이 많아지는 만큼 선단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근 중국 메모리 기업이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및 LP(저전력)DDR4 등 범용 제품 물량을 쏟아내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수요가 둔화하는 DDR4와 LPDDR4 생산을 계획보다 빨리 축소하는 대신 HBM과 DDR5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선단공정 전환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3E 제품의 안정적인 출하를 지속하는 한편 6세대 HBM(HBM4)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안정성과 양산성이 검증된 1b D램(10나노급 5세대 D램)을 활용하고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해 2025년도 출하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낸드 또한 초고용량 eSSD 라인업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낸드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지만 내년에는 AI PC 및 스마트폰 출시가 본격화하면서 올해보다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범용 메모리의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HBM과 eSSD 판매를 확대해 평균판매단가(ASP)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3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및 낸드플래시 평균판매단가(ASP)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10% 중반대 상승했다.
AI 메모리 호황으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설루션(DS, 반도체) 부문을 제치고 반도체 영업이익 1등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9조1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 분기(6조 4500억 원)에 못 미치는 4조~5조 원대로 추정된다.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이 지연되고, 중국 업체들의 공급 확대로 범용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DS 부문(8조3600억 원)이 SK하이닉스(8조3545 원)를 근소하게 앞섰지만, 3분기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연간 영업이익으로 SK하이닉스가 1위에 오를 전망이다.
김우현 CFO는 "앞으로도 당사는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 및 공급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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