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만 맑아" 결론 낸 TSMC…반도체시장 '승자독식' 정글 됐다

TSMC 3분기 이익 54% 급증…올해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 상향조정
'반도체 호황기에 모두 돈 번다' 공식 깨져…파운드리 양극화에 메모리 구도도 재편

FILE PHOTO: A logo of Taiwanse chip giant TSMC can be seen in Tainan, Taiwan December 29, 2022.REUTERS/Ann Wang/File Photo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기업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AI 반도체를 선도하는 기업만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기에 모두가 돈을 번다는 공식이 깨진 셈이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17일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0% 증가한 7596억 9000만 대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3253억 대만달러(약 13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4.2% 급증했다.

TSMC의 3분기 매출 중 3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비중은 20%, 5나노는 32%다.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이 전체 매출의 69%를 차지한다.

TSMC는 주요 빅테크의 AI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생산을 TSMC가 전담하고 있으며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미디어텍, 인텔, 메타 등 기업의 칩도 TSMC 기술로 생산된다. TSMC가 첨단공정을 중심으로 역대급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TSMC는 올해 매출 성장률을 30%로 상향조정했다. 기존에는 20% 중반대 성장을 예상했는데 경영 환경이 더 좋아졌다는 판단이다. 올해 자본지출 또한 300억 달러 초반대의 기존 계획을 유지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이날 "AI 수요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 건물의 모습. 2015.02.11 ⓒ 로이터=뉴스1 ⓒ News1 임여익 기자

"AI 시장만 맑다" 쐐기 박은 TSMC

TSMC의 3분기 호실적은 향후에도 반도체 시장이 AI 중심으로 성장할 거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범용 반도체 성장은 정체하고 첨단 기술만 돈을 번다는 뜻이다.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전망도 궤를 같이 한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은 전날(16일) 3분기 실적을 발표, 장비 수주금액이 26억 2000만 유로라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56억 유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어닝 쇼크다.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로 EUV 장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ASML의 수주 감소는 반도체 시장의 침체로 해석된다.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AI의 강력한 발전과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 외 부문은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회복이 더디다"며 "이런 현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ASML의 주문량이 급감한 건 삼성전자와 인텔 등 파운드리 기업의 투자 지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업계에도 범용 제품 수요 부진에 따라 설비 증설 대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 전환만 추진하면서 장비 발주가 적어졌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TSMC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IP) 에코시스템 포럼 2024'에서 SK하이닉스의 HBM3E가 엔비디아의 H200 텐서 코어 GPU와 함께 공동 전시됐다.(SK하이닉스 제공) 2024. 9. 26/뉴스1 ⓒ News1 한재준 기자

파운드리 양극화…메모리 판도도 재편

AI 중심의 반도체 시장 성장에 기업의 실적도 엇갈리고 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TSMC와 달리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는 3분기 1조 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대형 고객사의 AI 칩 수주에 실패한 탓이다. 인텔도 파운드리에서 수 조원대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메모리 업계도 재편되고 있다. 그간 막대한 생산능력으로 1위 자리를 유지해 온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상실했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이 지연되면서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3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4조 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HBM 물량을 공급 중인 SK하이닉스(000660)는 3분기에도 호실적이 기대된다. 증권가 영업이익 예상치는 6조 7644억 원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수익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이 높은 HBM 시장을 장악한 영향이다.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AI향 제품 가격은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8~13% 상승한 범용 D램 가격은 4분기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의 경우 4분기 가격이 3~8%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