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줄선 TSMC '배짱 인상'…'반사이익' 삼성 웃을 것 같지만

5나노 이하 첨단공정 가격 인상…일부 고객사 물량 삼성·인텔 옮겨갈 수도
'가격 주도권' 쥔 TSMC, 첨단공정 증설 이어가며 파운드리 쏠림 강화 전망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두인 대만 TSMC가 첨단공정 가격 인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빅테크 물량을 사실상 독점할 정도로 자사 입지가 커지자 가격 주도권을 공격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전략이다.

15일 대만 언론 등에 따르면 TSMC는 고객사 수요가 많은 첨단공정 가격 인상을 추진 중이다. 앞서 중국시보 등 외신은 TSMC가 주력 공정인 3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및 5나노 공정 가격을 8% 올리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내년 양산을 시작하는 2나노 공정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TSMC의 2나노 공정 웨이퍼 장당 가격은 3만 달러(약 41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3나노 공정(약 1만 8000달러)의 1.7배 수준이다.

이미 일부 고객사는 TSMC의 이런 가격 인상 정책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상시보 등 대만 언론은 애플이 TSMC의 가격 인상을 수락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2.3%로 1위다. 3나노 이하 첨단공정에서 TSMC의 위상은 더 절대적이다.

삼성전자(005930)와 인텔이 선단공정 경쟁을 지속하고 있지만 엔비디아, 애플은 물론 AMD, 퀄컴, 미디어텍 등 주요 빅테크의 TSMC 의존도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첨단 패키징 공정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CoWoS)를 앞세운 TSMC의 인공지능(AI) 칩 생산 기술이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TSMC의 가격 인상으로 삼성과 인텔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에 3나노 공정 수급이 더 빡빡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삼성과 인텔로 고객사 물량이 옮겨 갈 가능성이 커졌다.

공상시보는 "삼성, 인텔 등 주요 경쟁업체가 첨단공정을 수주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오는 17일 TSMC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사 협상 상황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인텔 파운드리는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칩을 수주했다. 삼성 파운드리는 2나노 공정에서 일본의 AI 유니콘 프리퍼드네트웍스(PFN)와 미국 AI 반도체 기업 암바렐라를 고객사로 확보했고, 주요 빅테크와도 수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SMC의 가격 주도권은 그만큼 파운드리 경쟁력이 막강하다는 의미여서 반사이익에 기뻐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실제 TSMC의 독주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첨단공정 수요 폭증에 대응해 생산라인 확장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TSMC의 CoWoS 생산능력이 내년에 월 8만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목표 시점이었던 2026년보다 1년 빠르다.

또 수요가 많아지는 3나노 공정 생산능력 또한 내년에 월 12만 개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TSMC가 빠른 속도로 첨단공정을 증설함에 따라 빅테크 물량의 쏠림 현상이 지속될 거란 관측이다.

한편 TSMC는 오는 17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TSMC의 3분기 순이익은 40%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