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갈 길 간다…삼성전자, 파운드리 정면돌파 의지

이재용 회장 "파운드리 분사 관심 없어…사업 성장 갈망"
시스템반도체 비전 유효, 경쟁력 확보 사활…"2나노서 승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방문,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4.10.7/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적자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독자 생존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필리핀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를 분사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사업 성장을 갈망한다"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아직 유효…파운드리 경쟁력 확보 의지

이 회장이 파운드리 사업부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에도 같은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나온 언급이다.

업계에서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의 특성상 파운드리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분사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업계 선두인 TSMC도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앞세워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사를 언급한 적이 없는 만큼 이 회장은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설령 삼성전자가 이를 검토하더라도 독자 생존력이 없는 상황에서 분사는 오판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지금 당장 적자가 지속되더라도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버리지 않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경쟁 업체보다 뒤처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 회장이 기존 계획대로 어떻게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직접 보인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Samsung Foundry Forum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4.7.9/뉴스1

3분기도 대규모 적자…2나노서 승부처 찾을까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구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사업부는 올해 3분기에도 1조 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으로 수조 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하반기가 되면 의미 있는 숫자로 회복될 것"이라고 했지만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첨단공정에서는 TSMC에 주요 빅테크 물량을 모두 뺏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2.3%로 2위인 삼성전자(11.5%)를 50.8%포인트(p)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4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나노 2세대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2나노에서 승부수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GAA 2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한다. 2027년까지 후면전력공급기술(BSPDN)을 적용한 2나노 공정 개발도 완료하기로 했다. 일본의 AI 유니콘 프리퍼드네트웍스(PFN)와 미국 AI 반도체 기업 암바렐라를 2나노 공정 고객사로 확보했고, 빅테크와의 협력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4나노 공정은 미국 '그로크(Groq)', 캐나다 '텐스토렌트(Tenstorrent)'의 칩을 생산 중이며 GAA 3나노 2세대의 수율 문제도 개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나노 2세대 공정 양산 시작 당시 수율은 4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500과 웨어러블 AP인 엑시노스 W1000도 GAA 3나노 2세대 공정으로 생산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4일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독일 뮌헨에서 온라인으로 '파운드리 포럼 2024'을 열고 고객사 유치에 나선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