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Q 영업익 9.1조 '예상 하회'…반도체 수장 "송구"(종합)
매출은 79조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영업익은 낮아진 기대치에도 못미쳐
HBM 밀리고 범용 제품 가격↓…전영현 부회장 "근원적 경쟁력 확보하겠다"
- 한재준 기자,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인공지능(AI) 수혜를 누리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영업이익이 시장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분기 역대 최대 매출'도 빛이 바랬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12.8% 줄어든 9조1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은 79조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13조 원대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치가 계속 하향조정되면서 10조 7700억 원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제 영업이익은 여기에도 미치지 못했다. 매출 또한 시장예상치(80조 9000억 원)를 밑돌았다.
이날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지만, 핵심 사업인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회복이 지연되면서 AI 반도체 시대의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5세대 HBM(HBM3E)의 경우 3분기 8단 제품 양산은 시작했지만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 납품이 지연되면서 기대했던 수익이 안 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공급 증가로 범용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이 낮아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8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전월 대비 2.38% 하락한 2.05달러 집계되며 1년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아울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및 시스템LSI 사업부의 적자가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을 5조~6조 원대로 예상했지만 실제 수치는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6조 7559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SK하이닉스에 영업이익이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메모리 사업은 서버 및 HBM의 견조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범용) 제품 공급 증가 영향과 일회성 비용, 환율 영향 등으로 실적이 악화했다"며 "5세대 HBM(HBM3E)은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디바이스경험(DX, 세트) 사업부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 삼성디스플레이(SDC)는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일부 개선됐다고 밝혔다.
반도체발 위기가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자 삼성전자 반도체 수뇌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고 임직원과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실적 발표 후 별도의 메시지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실적 발표 후 임직원 및 투자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 송구하다"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 부회장은 △기술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을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하며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 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전 부회장이 위기 극복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이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5월 삼성 반도체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 부회장은 취임 직후에도 "무거운 책임감과 비상한 각오로 더욱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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