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로봇·AI 홈'도 다 쫓아온 中…삼성·LG "무서운 수준 됐다"
[IFA 2024 결산]② 로봇청소기는 中 가전군단이 장악…트렌드 선도까지
中 아너, 더 얇은 신제품 내놓고 "갤럭시 폴드 고객에 사과" 도발하기도
- 한재준 기자
(베를린=뉴스1) 한재준 기자 = 유럽 가전 전시회라는 말이 무색하게 'IFA 2024'는 중국 기업의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전체 참가 기업 중 40%가 중국 기업인 것으로 잠정 추산된다.
중국 기업은 여전히 추격자 위치에 있지만 기술력만큼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국내 업계의 평가다. 시장 주도권을 장악한 중국 로봇청소기 군단은 이미 전 세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갤럭시 구입 고객에 사과" 中 스마트폰의 도발…가전도 턱밑 추격
IFA 개막 전날인 지난 5일(현지시간) 온 미디어의 관심이 중국 아너에 쏠렸다. 아너는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인 ‘매직 V3'을 공개했다. 매직 V3의 두께는 9.2㎜로 삼성전자가 앞서 출시한 갤럭시 Z폴드6(12.1㎜)보다 얇다.
아너는 전시관 홍보물에 "갤럭시 Z폴드 유저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 더 얇고,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아너의 매직 V3를 보고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문구로 삼성전자를 저격했다. 이 문구를 자사 폴더블폰 표면에 작게 새긴 후 돋보기를 갖다 놓기도 했다.
추격자인 중국은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 기술로 국내 기업을 추격 중이지만 매직 V3을 본 국내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잘 만든 제품"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생활가전에서도 중국의 도발은 이어졌다. TCL은 자사가 대형 스크린 TV 시장에서 32.4%의 점유율로 1위라는 문구를 전시관 TV 코너에 적어놨다. 자체 통계이긴 하지만 대형 TV 시장에서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과시한 것이다.
삼성과 LG가 선도하는 AI 가전과 AI 홈 설루션도 빠르게 모방하며 뒤따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하이센스의 스마트홈 설루션인 '커넥트 라이프'는 삼성·LG 못지않은 연결성을 제공했다. 냉장고 스크린으로 다른 가전을 제어하는 기술도 국내 기업의 수준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줬다. 하이센스는 LG전자가 IFA에서 공개한 이동형 AI 홈 허브인 'Q9'과 같은 제품도 이르면 내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이얼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hOn'을 중심으로 한 AI 주방가전 생태계를 선보였다.
IFA의 트렌드 중 하나였던 고효율 가전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은 한국·유럽 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을 뽐냈다.
중국 기업의 빠른 추격에 삼성과 LG도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IFA 기간 동안 아너와 TCL, 하이얼 등 중국 기업 전시관에서 제품을 들여다보는 삼성·LG 직원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IFA 개막 첫날인 6일(현지시간) TCL 등 중국 기업 전시관을 둘러본 뒤 "중국 기업이 굉장히 많이 따라왔다. 디자인 변화나 에너지 효율, 제품 다양화 측면에서 우리가 굉장히 경계해서 봐야 한다"며 "중국 기업은 깎아내릴 대상이 아니고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공간한계 극복하는 中 로청…한국보다 몇단계 앞서가
올해 IFA가 개최된 메세 베를린 전시관 9번 홀에는 중국 로봇청소기 군단이 자리 잡았다. 로보락, 드리미 등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보다 전시관 규모를 대폭 확대해 IFA에 참가했다.
중국 기업들은 IFA에서 공간 한계를 극복하는 신기술과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5cm의 문턱을 넘고, 높이가 낮은 공간까지 들어가 청소하는 기술이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1위인 로보락은 큐레보(Qrevo) 커브(Curv)와 에지(edge), 슬림(Slim) 등 올인원 로봇청소기 신제품 3종을 공개했다. 큐레보 커브와 에지에는 어댑티리프트(AdaptiLift) 섀시 기능이 탑재돼 최대 높이 4㎝의 문턱도 통과할 수 있다. 큐레브 슬림은 라이다 센서를 내장해 높이 8.2㎝의 두께로 출시됐다. 업계에서 가장 얇은 제품이라는 게 로보락의 설명이다. 침대 밑 등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청소하는 데 특화했다.
중국 드리미도 로보락과 마찬가지로 문턱을 오르는 기술을 선보였다. 드리미 기술로는 최고 5㎝의 문턱을 통과할 수 있다. 로봇청소기가 침대 밑 공간 등을 인식하면 튀어나와 있는 라이다 센서를 집어넣는 신기술도 소개됐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에야 진공·물걸레 기능을 합친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처음 선보이는 사이 일찌감치 올인원 제품을 출시한 중국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내놓으며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중국 기업에 맞서기 위한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우리가 (진출) 시간을 놓쳐 후발주자가 됐다"며 "신제품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라인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조 CEO도 "우리가 늦었다"며 "우리가 거기(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밀리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실버스타와 협력해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한 LG전자는 신제품을 준비 중이다. IFA 현장에서 만난 실버스타 관계자는 "LG전자와 새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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