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시장 판 흔드는 HBM…반도체 초호황기 앞당긴다

삼성·SK D램 캐파 상당 부문 HBM 할당…수급 빡빡해진 범용 D램 가격↑
SK 자율주행차로 HBM 판로 확대…엔비디아 직원 삼성 방문, 공급 사활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의 대명사가 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파급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HBM 수요 증가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초호황기를 앞당기는 모습이다.

18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늘어나는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CAPA)의 상당 부분을 HBM에 할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 생산능력의 30%를, SK하이닉스는 20%를 HBM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HBM은 D램을 여러개 쌓은 뒤 미세한 구멍을 뚫고 연결해 만든다. 고난도의 패키징 공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수율이 50~60% 수준에 불과하고 웨이퍼 투입량도 범용 D램보다 60% 많다. HBM 출하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범용 D램 생산능력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HBM은 소수 고객만 찾는 제품이었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메모리 업계가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판매량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범용 D램 가격까지 함께 오르면서 반도체 업계가 초호황기에 접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D램 시장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24.8% 증가한 229억 달러(약 31조 원)로 집계됐다.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13~18%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메모리 업계가 5세대 HBM(HBM3E) 양산을 본격화하면서 범용 D램 수급은 더욱 빡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ASP 상승률을 8~13%로 전망했으며, 대만 외신은 SK하이닉스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제품 가격을 15~20% 올렸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이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경우 D램 가격 상승폭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해 12월9일(현지시간)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가 시험 운전을 하고 있다. 22.12.0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HBM 판로 확대하는 SK…삼성은 엔비디아 납품 사활

HBM이 메모리 반도체 핵심 제품으로 떠오르면서 업계는 판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4·5세대 HBM을 가장 많이 공급하며 시장 선두주자 자리에 오른 SK하이닉스는 자율주행 차량에 HBM 납품을 시작하면서 고객사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의 자율주행 차량에 HBM2E를 공급 중이다. 데이터센터향 HBM보다 이전 세대 제품이지만 차량에 쓰이던 저전력 DDR(LPDDR)을 HBM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하면서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어놨다.

삼성전자는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5세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5세대 제품에 대한 엔비디아 성능 검증이 완료되지 않아 AI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HBM3E 8단 제품은 이르면 3분기 엔비디아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엔비디아 본사 직원들이 삼성전자를 방문해 HBM3E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HBM과 더불어 범용 메모리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메모리 업계의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영업이익이 27조 6000억 원으로 지난 2021년 하반기(29조 7000억 원)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6조 원으로 2018년 하반기(10조 9000억 원)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