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잡은 삼성 HBM, 연내 5세대까지…"SK 독주 끝낸다"
3분기 HBM3E 8단 양산, 4분기 12단 예상…엔비디아 납품 임박한 듯
SK와 HBM3E 12단 양산 시기 겹쳐…양사 모두 "내년 물량 2배 확대"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하반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양산을 예고했다. 4분기 HBM 매출에서 5세대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으로, 엔비디아 공급을 간접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가속기 절대강자인 엔비디아에 HBM 납품을 본격화하면 SK하이닉스가 장악한 HBM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1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제품은 3분기 중 양산을 본격화 할 예정"이라며 "지난 분기 초에 램프업(생산량 확대) 준비와 함께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고, 고객사 평가를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4분기 HBM3E 매출 비중 60%"…엔비디아 테스트 통과 임박?
애초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HBM3E 양산 시점을 2분기로 못박았지만 고객사 검증 과정이 지연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날 발표에서 다시 3분기 양산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고객사 검증이 마무리 단계에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외신 보도와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HBM3(4세대) 12단 제품 양산 경험을 기반으로 HBM3E 12단 제품의 패키징도 성숙 수준의 수율(양품 비율)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상반기 삼성전자의 HBM 매출에서 HBM3 12단 제품 비중은 3분의 2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HBM3E는 기존 고객사인 AMD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에 납품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3분기 HBM3E의 매출 비중이 10% 중반을 상회하고, 4분기에는 6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점으로 미뤄보면, 엔비디아 같은 대형 고객사 물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3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이 2~4개월 내에 엔비디아 성능 검증을 통과할 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3 제품을 납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삼성 4분기 HBM3E 12단 양산…물량 전쟁 본격화
HBM3E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블랙웰 시리즈(B100, B200 등)에 탑재된다. 엔비디아 블랙웰 제품에 대한 빅테크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HBM 공급 물량도 덩달아 증가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업계에서 가장 먼저 HBM3E 8단 제품 양산을 시작해 엔비디아 수요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나머지 물량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공급 중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납품 대열에 합류한다면 SK하이닉스의 독주 구도에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과 달리 삼성전자는 대규모 HBM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HBM3E 12단 제품의 경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양산 시기가 비슷해 물량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고객사 검증을 거쳐 4분기 HBM3E 12단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고,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시기를 못박진 않았지만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4분기에 제품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추정된다. 양사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HBM3E 12단 물량이 8단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며 내년 출하량을 올해보다 2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AI 메모리를 생산할 청주 M15X를 완공해 내년 하반기 가동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번째 팹도 HBM 생산 기지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도 이날 "올해 고객사 협의 완료 물량을 전년 대비 4배 가까운 수준까지 확보했다"며 "내년에는 올해 대비 2배를 넘어서는 공급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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