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반도체 수장에 'HBM 특명'…"엔디비아 AI 칩 뚫어야"
AI 칩에 필수 'HBM' 시장 급성장…판가도 일반 D램의 100배 이상
D램 업계 고부가시장 공략 사활… 삼성, 엔비디아 판로 확보 '숙제'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차세대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두를 노리는 삼성전자(005930)가 21일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장 교체 카드를 꺼냈다.
HBM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경쟁사에 끌려다닌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란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임 DS부문장에 선임된 전영현 부회장은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향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HBM은 인공지능(AI) 칩 생산에서 없어서는 안 될 D램 반도체다. 초대형 딥 러닝 모델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AI 산업이 본격화하면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올해 HBM 매출은 전년(55억 달러) 대비 150% 증가한 1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9년에는 38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D램 출하량 중 HBM 비중은 2029년에도 9% 정도로 예상되지만 HBM 단가가 워낙 높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반드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야 하는 제품이다.
일본 전문지 EE타임스재팬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4세대 HBM3과 5세대 HBM3E의 평균판매가격은 각각 233달러, 372달러다.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 가격은 56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16기가바이트(GB) DDR5 가격(3~4달러)의 140배에 달한다.
D램을 여러개 쌓은 뒤 미세한 구멍을 뚫고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공정을 거쳐야 함에도 HBM 마진은 일반 D램보다 5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로서는 HBM은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이다. 판로만 확보한다면 경쟁사 대비 월등한 생산능력을 앞세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000660)가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AI 칩 시장에서 90%를 웃도는 점유율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3과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12단 HBM3E를 업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SK하이닉스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아직은 엔비디아 판로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의 대표이사 임기가 남아 있는 데도 불구하고 사령탑 교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도 HBM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장에 D램 분야 경험이 많은 전 부회장을 선임한 건 엔비디아에 HBM 공급 계약을 성사하라는 숙제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D램 업체가 하반기 HBM 생산능력을 확대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주요 3사가 5세대 제품인 HBM3E 생산량을 늘리면서 실리콘관통전극(TSV) 용량을 기준으로 HBM에 첨단공정 웨이퍼 35%가 할당될 것으로 전망했다.
HBM은 고난도의 패키징 공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수율이 50~60% 수준에 불과하고 웨이퍼 투입량도 일반 D램보다 60% 많다. 그럼에도 AI 붐으로 인한 HBM 수요 증가와 이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D램 업계가 HBM 생산 확대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설명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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