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니받거니 HBM 가속 경쟁…삼성·SK 승부처는 내년 '6세대' 제품
삼성 5세대 12단 치고나오자 '선두' SK하이닉스 양산 시기 앞당겨 맞대응
SK하이닉스 내년 HBM4 12단 양산…삼성전자 전담팀 꾸려 12·16단 준비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으로 최첨단 칩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열기가 시간이 갈수록 끓어오르고 있다.
공급과잉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HBM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6세대 HBM으로 판도를 바꾸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는 모습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는 6세대 HBM인 HBM4를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현재 시장에 공급되는 주요 제품은 4세대인 HBM3이며, 5세대인 HBM3E 공급이 막 시작되고 있다. 선두인 SK하이닉스가 4세대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고 5세대 8단(8H) 제품도 가장 먼저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글로벌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이다.
지금의 시장 상황으로는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의 적수가 없어 보이지만 5세대 12단 제품부터는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HBM3E 12단 제품은 삼성전자가 한발 빨리 개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개발을 마친 36기가바이트(GB) HBM3E 12단 제품은 8단 제품 대비 성능과 용량을 50% 이상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해당 제품을 양산할 예정인데, 엔비디아에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12단 제품으로 추격에 나서자 SK하이닉스도 HBM3E 12단 제품 양산 시기를 앞당겼다. 애초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중 12단 제품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공급할 예정이었는데 양산 시점을 올해 3분기로 앞당겼다. HBM 리더십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 샘플을 이달 중 고객사에 제공할 예정이다.
5세대 12단 제품부터 시작된 HBM 주도권 쟁탈전은 6세대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내년에 6세대 제품인 HBM4 양산 로드맵을 공개했다. 두 기업이 양산 목표에 맞춰 얼마나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지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HBM4를 전세를 뒤집을 승부처로 보고 있다. 올 초 우수 엔지니어로 구성된 차세대 HBM 전담팀을 출범한 것도 이런 각오를 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 HBM4 12단을, 2026년에 16단 제품을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HBM4 또한 SK하이닉스의 기존 MR-MUF 공정으로 생산한다. D램 적층 공정인 MR-MUF는 적층한 칩 사이에 보호재를 넣은 후 한 번에 굳히는 방식이다. 애초 차세대 공정인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도 고려했지만 현재로서는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12·16단 제품을 같이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기존 공정인 Advanced TC NCF(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로 HBM4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공정은 MR-MUF와 달리 D램 칩 하나를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깐 후 굳히는 방식이다.
양사는 HBM 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능력도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지만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 여파로 양사의 내년 물량까지 이미 소진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수요 증가율이 200% 가까이 늘어나고, 내년에도 두 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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