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이어 eSSD까지…AI가 부른 '반도체의 봄' 생각보다 뜨겁다
美 빅테크 AI 인프라 수십 조 투자…HBM 수요 폭발적 증가
낸드도 AI 수혜, eSSD 수요 급증…D램·낸드 가격 상승에 2분기도 기대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더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반도체의 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거란 기대도 나온다.
9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AI발 수요 급증으로 전체 D램 비트(bit) 용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에서 올해 5%로, 내년에는 1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D램 매출에서 HBM 비중은 올해 21%로 전년(8%) 대비 13%포인트(p) 상승하고, 내년에는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경쟁적인 AI 투자가 지속되면서 AI 칩에 필수적인 HBM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수요 증가율이 200% 가까이 늘어나고, 내년에도 두 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메타는 올해 서버 및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 투자비를 300억~370억 달러에서 350억~400억 달러(약 47조 6000억~54조 4000억 원)로 늘리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1분기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140억 달러(약 19조 원)를 기록했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또한 1분기 인프라 투자에 120억 달러(약 16조 3000억 원)를 썼다. 전년 동기 대비 90% 늘었다.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빅테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는 내년 물량까지 이미 완판한 상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칩을 만드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도 첨단 패키징 공정인 CoWos 공급이 내년 물량까지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HBM 수요 증가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D램 업체는 HBM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가격도 높여 받고 있다. 동시에 범용 D램 수급도 빡빡해지면서 업계 수익성 증대가 예상된다.
HBM은 일반 D램보다 많은 웨이퍼 생산능력이 필요해 HBM 생산능력이 커지면 범용 D램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D램 가격 인상률 전망을 기존 3~8%에서 13~18%로 상향조정했다.
D램 시황에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낸드플래시도 AI 수혜를 받기 시작했다. AI 서버에 쓰일 고용량 SSD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삼성전자(005930)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생성형 AI와 연계된 고용량 SSD는 고객사 추가 요청이 급증하면서 수요가 추가적으로 성장했다"며 "올해 서버향 SSD 출하량이 전년 대비 8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또한 콘퍼런스콜에서 "낸드도 최근 고용량 기업용 SSD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서 고용량 기업용 SSD 채용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쿼드레벨셀(QLC) SSD를 앞세워 AI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PC, 모바일향 SSD 수요 회복이 더디더라도 기업용 SSD 수요 증가가 전반적인 시황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고객사의 재고 확보와 기업용 SSD 수요 증가로 2분기 낸드 고정가격이 15~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AI 붐에 힘입은 반도체 호황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빅테크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가 계속될지 불투명한 데다 낸드 또한 시황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업황 전망과 관련해 "좋아진 현상이 얼마나 갈 것인가를 전망해 보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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