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잡겠다" 인텔도 참전…기술력은 물음표[파운드리 삼국지②]

인텔 파운드리 점유율 10위 밖…투자 확대하며 TSMC·삼성 추격 의지
차세대 노광장비 도입 빨랐지만 시간 필요…"기술력 아직은 수준 미달"

인텔 로고. 2023.03.06/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삼성전자의 가장 큰 우군으로 꼽히는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경쟁자로 맞붙는다. 시설 투자, 첨단장비 도입 등 파운드리 역량 강화에 인텔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 2위인 삼성전자를 따라잡는 데는 시일이 꽤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TSMC, 인텔의 본격적인 경쟁은 오는 2025년 2나노미터(㎚·1㎚=10억분의 1m)급 반도체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 모두 기존 핀펫(FinFET)보다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기술을 2나노에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축적된 파운드리 공정 기술력 부족으로 인텔의 2나노 성공이 쉽지 않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핀펫보다 전력효율이 높아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를 3나노에 최초로 도입했다. TSMC는 3나노까지 핀펫 방식을 사용하다 오는 2025년 2나노부터 GAA 기술을 도입한다. 인텔 역시 GAA 기술과 같은 '리본펫' 방식과 '파워비아'를 도입해 2나노 경쟁에 참전한다.

업계에선 후발주자인 인텔과 TSMC, 삼성전자 사이에 파운드리 기술 격차가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시장 점유율에서도 드러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가 57.9%로 1위였으며 그 뒤를 삼성전자(12.4%), 글로벌파운드리(6.2%), UMC(6%), SMIC(5.4%) 등이 잇고 있다. 인텔은 1% 수준으로 10위 밖이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반도체 시장에서 CPU(중앙처리장치)의 최대 강자로 군림해온 인텔은 지난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2018년 철수한 바 있다. 그 후 2021년 미국 애리조나 지역에 200억달러(약 22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파운드리 복귀를 선언했다.

당시 펫 겔싱어 CEO(최고경영자)는 파운드리 제조시설 중 80%가 아시아에 집중된 점을 꼬집으며 "인텔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제조역량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인텔은 미국, 유럽, 이스라엘 지역에 총 130조원에 육박하는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또 최근 네덜란드 ASML의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가장 먼저 도입하며 TSMC·삼성전자 따라잡기에 진심인 모습이다.

최근에는 인텔 내부 파운드리 모델을 설명하는 웨비나(웹 세미나)를 열고 "2024년까지 내부 물량을 기준으로 200억달러 이상의 제조 매출을 기록해 파운드리 2위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계획 중 하나로 인텔은 올해 상반기 2나노급에 해당하는 20옴스트롱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TSMC, 삼성전자보다 1년 먼저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말 2나노 미만 공정의 핵심 필수장비인 '하이 NA EUV'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ASML이 인텔에 납품한 첫 하이 NA EUV. (ASML 트위터 캡처)

다만 업계에선 첨단 공정 기술력 차이 극복 및 실제 양산, 고객사 확보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7·5·3나노 등 단계적으로 기술력을 축적해 온 삼성전자, TSMC와 달리 인텔은 중간 과정 없이 바로 2나노 이하 제품 양산에 나선 점이 이유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에서는 공정 기술 및 노하우 축적이 중요하다"며 "인텔이 저력 있는 회사는 맞지만 핀펫, GAA 기술을 개발·적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삼성전자와 TSMC에 비하면 기술력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이 NA EUV를 먼저 도입하긴 했으나 장비 조정 및 테스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인텔이 올해 한다는 2나노 제품은 기존 EUV 장비로 먼저 하고, 하이 NA EUV를 활용한 제품은 조금 더 나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대만 현지언론 등 외신 등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출시하는 '루나레이크' 시리즈 프로세서에 처음으로 TSMC의 3나노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인텔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단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인텔이 TSMC의 고객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burn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