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안팔리자 배터리값 깎는 차업계…배터리사 "슈퍼을? 그냥 을"

배터리사 생산효율 향상도 판가에 반영…완성차 배터리 조달비용↓
"수요 둔화 때는 배터리사가 불리"…4분기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들이 충전되고 있다. 2022.7.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전기차 시장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실시하면서 판가 인하 압박이 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삼성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의 배터리 팩 조달 비용은 올해 하반기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130달러로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집계한 산업 평균치(139달러)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기아의 배터리 팩 조달 비용은 내년 1분기에는 kWh당 11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조달 비용 하락은 리튬 등 광물 가격 하락과 맞물려 있다.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은 원재료값 추이를 반영해 분기별로 판가 협상을 진행하는데 올해 들어 리튬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판가가 낮아졌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88.50RMB(위안)로 집계됐다. 1년 전(532.5RMB)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광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배터리 팩 가격도 지난해 kWh당 161달러에서 139달러로 떨어졌다.

삼성증권은 최근 배터리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따른 비용 절감도 배터리 판가 인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판가 협상의 주도권을 완성차 기업이 가져오면서 더 큰 폭의 판가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올해 2분기 이후 단가 협상의 헤게모니는 배터리 업체에서 완성차 업체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기업은 더 싸게 배터리를 공급받아 전기차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기아의 경우 EV9에 쓰이는 배터리 가격은 올해 4분기 기준 1분기 대비 450만원 하락했다.

완성차 기업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를 제공, 수요 견인에 나서면서 배터리 기업의 마진은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때는 배터리 기업이 슈퍼을(乙)이었지만 지금처럼 수요가 둔화할 때는 배터리사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등 영향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일시적인 실적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의 4분기 실적 전망치는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4분기 영업이익을 컨센서스(6470억원) 대비 34% 감소한 4297억원으로 전망했다.

특히 자동차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94% 줄어든 199억원에 그치면서 0.4%의 영업이익률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006400)도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은 삼성SDI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4481억원으로 잡았다. 기존 추정치(5232억원)보다 14.4% 하향 조정했다.

삼성SDI는 주요 고객사인 BMW 등 완성차 기업의 견고한 출하로 인해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미 시장 수요 둔화는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