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부회장들은 어디로 갔을까…젊은 총수 뜨자 생긴 일

올해 주요그룹 전문경영인 출신 부회장 승진 없어…기존 부회장 퇴진 행렬
3·4세 오너로 '세대교체'…실세·2인자 안두고 '사장단'과 직접 소통 선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영국과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27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3.11.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주요 그룹의 실세이자 2인자라 불리며 오너를 대신해 그룹 업무를 총괄하던 '부회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오너가(家) 3~4세로 승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총수 세대교체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소수 측근그룹을 중용했던 선대회장 시절과 달리 2인자를 두지 않고, 계열사 대표들과 직접 소통하며 그룹을 장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의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전문경영인 출신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지난해 승진한 최성안 삼성중공업(010140) 부회장이 전문경영인 출신으로는 마지막 승진 인사였다.

◇그룹 성장 이끈 2인자들 퇴진…현대차엔 샐러리맨 부회장 없어

오히려 올해엔 적잖은 부회장들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44년 LG맨'이었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373220) 부회장이 용퇴했고, HD현대(267250)에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009540)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329180)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SK그룹은 전문경영인 대신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을 그룹 2인자 자리에 앉혔다. 조대식 부회장 등 4인 부회장단은 경영 2선으로 물러났고, 대신 40·50대의 새 CEO(최고경영자)들이 발탁됐다. 부회장 승진자 없이 모두 사장들이다. LG(003550)그룹도 구광모 회장이 취임 당시 6명에 달했던 부회장이 이젠 2명으로 줄었다.

현대자동차(005380)그룹엔 비(非)오너가 부회장이 아예 없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측근으로 노사 문제를 전담했던 윤여철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 2021년 퇴진하면서, 부회장 직위는 정의선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1명뿐이다.

◇실세·최측근·가신 이젠 옛말…젊은 오너가 계열사 대표 지휘

부회장이 오너의 최측근이자 '가신'(家臣)으로 불렸던 시대가 저물었다. 과거 부회장들은 오너의 뜻을 가장 잘 아는 '복심'으로서, 오너의 메시지를 계열사에 전달했었다. 또 오너가 수사를 받거나 건강상 이유로 경영공백이 생겼을 때 일선에서 그룹을 지휘하기도 했다.

대부분 오너 3·4세로 승계가 이뤄지면서 세대교체도 상당 부분 진행됐고, 이들 젊은 총수들은 소수 측근을 통하기보다 사장단 중심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2인자를 두지 않고 계열사 대표들과 직접 소통하는 직할체제를 구축하는 게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할 수 있고 그룹 장악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선대회장 시절 소수 측근 그룹이 총수의 눈과 귀를 막았던 일부 사례를 반면교사르 삼으려는 차원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들이 젊어진 만큼 예전과 달리 계열사별 이슈를 직접 챙길 수 있고 활동 폭도 넒어져 관리형 부회장단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 같다"며 "오히려 계열사 사장들과 직접 소통하는 게 의사결정도 빠르고 그룹 장악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양궁협회장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3.1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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