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신형 에어컨 내놓다니…가전회사들 '철 없어진' 이유

특정 계절 전용 가전 대신 '사계절용' 가전 인기
소비자는 편의성 증대…기업은 계절별 매출 편차·재고 부담 덜어

LG전자 휘센 타워 Ⅱ 사계절 에어컨 (LG전자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여름철을 앞두고 에어컨, 얼음정수기를 사는 등 특정 계절에 집중적으로 구매하는 이른바 '계절 가전' 시대가 저물고 있다.

기업들은 가전에 1년 내내 활용 가능한 기능을 탑재하며 사계절 어느 시기에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편의성과 공간 활용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은 들쭉날쭉하던 분기별 매출 편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는 지난달 19일 냉방·온풍·청정·제습 기능을 갖춘 '휘센 사계절 에어컨'을 출시했다. '여름=에어컨'이라는 기존 공식을 깨고 온풍 기능까지 탑재해 추운 겨울에도 이용할 수 있어 제품명에도 '사계절'이 포함됐다. 통상 연초에 신제품 판매가 시작되는 에어컨이 늦가을인 10월에 시장에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삼성전자(005930)도 겨울인 올해 1월 사계절 활용할 수 있는 '비스포크 무풍에어컨'을 출시한 바 있다. 이 제품도 '체온풍'을 사용하면 30~40도의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최근 김장을 포기하는 이른바 '김포족'이 늘면서 김치냉장고 활용도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김치는 물론 다른 식재료 보관에도 용이한 기능과 함께 '세컨드 냉장고'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김치 외에도 채소, 와인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 김치냉장고를 내놓고 있다.

얼음 정수기는 '온수'가 나오는 정수기로 탈바꿈하고 있다. 쿠쿠홈시스의 제로 100 그랜드 정수기는 끓인 물(100도)을 통해 도시락과 컵라면 등 간단한 식사에 활용할 수 있다.

SK매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겨울철 얼음 정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에도 얼음 정수기를 찾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앞으로 얼음 정수기가 여름철 가전이 아닌 사계절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타임 가전'의 인기는 최근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소비심리가 둔화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이 급격히 변한 영향이 크다. 계절에 맞는 특수 가전을 주거 공간 내에 모두 비치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지면서 계절별 기능을 합친 제품들이 각광받는 것이다.

이런 소비패턴에 맞춰 기업들도 '사계절 가전'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분기별 매출 편차도 줄일 수 있는 부수효과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전업체들이 사계절 전략을 내세우는 것은 고물가 속 소비자들의 가전 활용도를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시장이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 재고 부담을 더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공) 2023.1.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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