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혜택 확실할까"…북미 공장 설립 망설이는 배터리 소재 기업들

전방산업 수요 둔화 속 IRA 세부규정 발표 지연…SKIET, 북미 투자 내년으로 연기
IRA 소재·부품 아닌 동박 기업도 북미 투자 고심…"확정된 사안 없어"

분리막을 살펴보는 SKIET 직원.(SKIET 제공)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북미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집단(FEOC) 규정 발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도 심화하고 있어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분리막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내년 상반기 중 북미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SKIET는 애초 연내 북미 투자를 결정, 현지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IRA 제도를 활용해 현지 분리막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미국 행정부가 중국 기업의 북미 진출 여부와 직결되는 FEOC 규정 발표를 미루면서 우리 기업들의 의사결정도 함께 지연됐다.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경우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분리막은 배터리 안전성과 직결되는 핵심 소재로 IRA 소비자세액공제(30D) 제도상 부품으로 분류된다. 미국 전기차 소비자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분리막이 일정 비율 이상 북미에서 생산돼야 한다. 2029년에는 100% 북미 생산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SKIET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북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 IRA 세부 가이던스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세부 법안은 2024년 초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상반기 중 투자를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IRA 불확실성 지속 및 고객의 중장기 수요 우려 상황 속에서 2024년 중 IRA와 무관하게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투자 설비, 규모는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IET는 북미 생산거점으로 멕시코도 검토하고 있다. IRA 수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IET는 "캐나다와 미국은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비용 자체가 저렴한 곳이 유리하다. 2032년 종료 예정인 IRA와 무관한 북미시장 생산거점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SKIET뿐만 아니라 분리막 사업에 진출한 LG화학도 북미 진출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FEOC 규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우선 일본 도레이와의 헝가리 분리막 합작공장의 수율 개선 및 생산 물량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향후 FEOC 규정이 구체화하면 헝가리 공장 증설과 북미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동박을 살펴보고 있다. 2022.3.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북미 투자를 선언한 국내 동박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IRA 세부규정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동박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실적 또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SKC는 올해 3분기 4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동박 투자사인 SK넥실리스를 중심으로 한 이차전지 사업 부문 또한 130억원의 적자를 냈다.

유럽 지역의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현지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SKC의 동박 판매량이 줄었다.

이처럼 업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북미 진출 시 IRA에 따른 수혜도 불투명해 SKC도 섣불리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동박은 IRA 제도상 핵심 소재나 부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SKC 관계자는 북미 투자와 관련해 "제반사항을 면밀하게 고려해 고객사의 수요에 부응하는 최적의 투자 시기 및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