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형님 주춤할 때 '전장' 빛났다…3분기 삼성·LG 일등공신

양사 전장 부문 모두 최대 분기 실적 거두며 가전 영업이익 상회
불황에 돋보인 '포트폴리오 효과'…'아픈 손가락'에서 주력 사업으로 성장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성 강태우 기자 =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반도체와 가전 등 주력사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 3분기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사업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주력 사업도 아니었던 전장이 이른바 '실적 보릿고개' 시절에 가전 사업의 영업이익까지 넘어서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주도한 첫 번째 인수합병(M&A) 회사인 하만은 분기마다 실적 성장을 거듭하며 인수 6년 만에 분기 기준으로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LG 전장사업은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은 올 3분기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4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 늘었고 영업이익은 45% 증가했다. 직전 분기(2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2000억원이 늘었다.

◇ 하만, 반도체 적자 메꿔…'아픈 손가락' 벗어났다

하만의 3분기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최대 규모로 VD·가전 부문의 영업이익(3800억원)을 추월했다. 3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3조7500억원 영업손실)를 하만과 모바일을 담당하는 MX·네트워크(3조3000억원)가 정확히 메꾸기도 했다. 2017년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지 6년 만의 성과다.

하만의 1~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22%, 매출의 5.5%를 차지한다. 반도체 부문 적자를 거듭하며 침체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 실적에 '숨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만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2016년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후 첫 M&A로 주목받았지만 그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6년 68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7년 574억원으로 급감하더니 2020년에는 555억원까지 줄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 2021년부터다. 자회사 통폐합과 조직 슬림화를 거쳤고 하이엔드(고품질) 차량 위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업을 펼쳤다.

또 프리미엄 카오디오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30%를 웃돌며 절대 강자 중 하나로 꼽힌다.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에는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인 '레디 케어'(Ready Care)와 '레디 튠'(Ready Tune)도 공급한다. 폭스바겐, 현대차 제네시스 GV60·G90,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하만의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1분기에 나왔던 올 한해 추정치(9000억원대)보다 2000억원가량 상승 조정해 1조1000억원까지도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봤다.

◇ TV사업 앞지른 전장사업…IR에서도 '스포트라이트'

LG전자(066570) 전장사업도 3분기에 사업 시작 10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1349억원)을 냈다. '가전 명가'답게 LG전자는 여전히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맏형 역할을 하고 있지만, VS본부는 LG전자 내부에서도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67억원의 적자를 냈던 VS본부는 올 3분기엔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 영업이익(1107억원)을 앞질렀다. 전장 사업의 수주 잔고도 연말 100조원에 육박하고,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10조원 규모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안팎의 LG전자 전장사업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2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드러났다. 이날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은 제품 경쟁력, 수주잔고, 4분기 전망 등 전장사업에 집중됐다.

전장사업에 대한 LG전자의 자신감은 글로벌 전시회에서도 묻어난다. LG전자는 지난 9월 세계 최대 모터쇼 'IAA 2023'에 스폰서 자격으로 처음 참가했다. IAA는 이제까지 모터쇼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만 콘퍼런스 첫 번째 연사를 맡겼지만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프레스콘퍼런스 첫 연설자로 나섰다. LG전자가 가전 명가뿐 아니라 모빌리티산업의 '간판 기업'으로 떠올랐다는 방증이다.

이미 인포테인먼트 장비 분야에서는 업계 정상 자리에 올랐다. LG전자는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V80과 GV80쿠페 신모델에 차량용 '웹OS' 콘텐츠 플랫폼을 제공하기로 하며 '비즈니스 파트너'와 관계도 공고히 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는 크게 차량용 통신장비인 텔레매틱스와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으로 나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텔레매틱스 시장에서 LG전자는 점유율 1위(22.4%)를 기록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m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