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누가 왕이 될 상인가"…폼팩터 삼국지 총정리
주류 파우치형·각형에 원통형도 상당…각기 장·단점 뚜렷해 아직 우열 못 가려
주력제품 단점 보완해 시장 장악 전략…단결정 양극재·4680 원통형 개발 등 추진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배터리 업계의 폼팩터(물리적 외형) 전략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장에서 파우치형·각형·원통형 배터리가 공존하는 가운데 각사가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생산단가 등을 고려한 최적의 선택지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파우치형·원통형 배터리, 삼성SDI(006400)는 각형·원통형 배터리,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주류 폼팩터로 자리 잡고 있는 건 파우치형과 각형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기차 탑재량 기준 각형 배터리 점유율은 58.9%, 파우치형 배터리는 24.9%로 집계됐다. 원통형 배터리 점유율은 16.2%로 가장 낮았다.
다만 아직까진 3개 폼팩터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폼팩터별 장·단점이 뚜렷해 배터리 기업은 물론 완성차 기업도 자사의 사업 전략에 맞는 폼팩터를 채택하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의 최대 장점은 상대적으로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볍다는 것이다. 양극·음극재와 분리막을 동그랗게 말아 젤리롤 형태로 만들거나 층층이 쌓아 만든 뒤 연성 재질의 포장재로 감싸기 때문이다.
배터리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다른 폼팩터보다 공간 활용도가 높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모듈 제작 과정을 생략한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이 나오면서 더 많은 배터리 셀을 탑재, 에너지 밀도를 향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파우치형 배터리는 연성 재질의 포장재로 배터리 소재를 감싸다 보니 외부 충격에 약하다. 또한 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제거하는 공정이 필요해 생산 단가도 높다.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단가는 원통형이나 각형보다 10~20%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약점인 안전성과 생산단가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배터리 소재를 와인딩 공법 또는 스태킹 공법으로 제작한 뒤 이를 알루미늄 캔에 집어넣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통조림과 비슷한 형태로 생산되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강하고 모듈·팩으로 조립하는 과정도 비교적 단순하다. 생산 공정도 단순해 대량생산에 유리하고 단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단점은 외형을 변형하기 쉽지 않아 설계 유연성이 부족하고 공간 활용도도 낮다는 점이다. 알류미늄 캔 때문에 무게도 무거워 파우치형 만큼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기 힘들다.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적게 쓰이는 원통형 배터리는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AAA 전지와 비슷한 형태다.
원통형 배터리는 젤리롤 형태로 만든 소재를 원통형 케이스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부피 대비 고용량·고에너지밀도를 자랑하며 공정이 단순해 짧은 시간에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높은 양산성으로 가격경쟁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위 용량이 작아 전기차를 구동하려면 수천개에 달하는 원통형 배터리셀이 탑재돼야 한다. 수많은 셀을 일괄 관리할 수 있는 모듈·팩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테슬라 등 소수 전기차 기업만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폼팩터별 특징이 뚜렷해 향후 대세가 될 폼팩터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
배터리 기업들도 2개 이상의 폼팩터 제품을 생산하는 동시에 자사 주력 폼팩터의 단점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력 제품인 파우치형 배터리의 단점인 안전성·생산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결정 양극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단결정 양극재는 현재 쓰이고 있는 다결정 양극재보다 화재 안전성이 높고 전해액 주입 과정에서 가스 발생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스태킹 공법을 도입했다. 기존 와인딩 공법은 알루미늄 캔 내부에 불용 공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간 파우치형 배터리만 생산해 온 SK온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각형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아직까진 비주류인 원통형 배터리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80 배터리(지름 46㎜, 높이 80㎜) 양산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 2170 배터리(지름 21㎜, 높이 70㎜)보다 단위당 용량과 에너지 밀도를 높여 탑재할 배터리 셀 수를 줄일 수 있다. 삼성SDI도 2170 배터리보다 단위당 용량, 에너지밀도를 높인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4680 원통형 배터리로 팩을 구성했을 때 파우치형 만큼의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나온다면 원통형 배터리도 대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기업들은 폼팩터 삼국지 속에서 공급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삼성SDI와 처음으로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유럽 지역에서 생산될 차세대 전기차에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현대차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으로부터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아 왔던 만큼 이번 삼성SDI와의 계약으로 폼팩터 다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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