똬리 튼 100㎞ 뱀…'바닷속 전력 대동맥' 이렇게 만든다[르포]

LS전선, LS전선아시아·마린솔루션과 '해저케이블' 밸류체인 구축…사업 경쟁력 강화
해상풍력 폭발적 수요에 수주 호황…"美·베트남 공장 건설 검토"

LS전선 직원들이 턴테이블에 적재된 해저케이블을 점검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동해=뉴스1) 강태우 기자 =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3시간 반을 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강원 동해시 LS전선 동해사업장.

입구에 들어서자 똬리를 튼 검정·노란색 패턴의 거대한 '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뱀의 정체는 바로 해저케이블이다. 현장에는 수십 ㎞짜리 해저케이블이 '턴테이블'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약 27만㎡ 부지에 조성된 동해사업장 1~4동 건물에는 수십 개의 턴테이블이 있다. 이 턴테이블은 500톤에서 1만톤의 케이블을 감을 수 있으며 최대 100㎞짜리 해저케이블 적재가 가능하다.

여상철 LS전선 동해공장장은 "고객사들의 주문에 따라서 케이블 길이와 색상도 다르다"며 "옥외에 있는 턴테이블에 실린 해저케이블은 완제품이고, 옥내 턴테이블에 있는 케이블들은 공정 중이거나 보관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몸집 키우는 LS전선…"폭발적 수요 대응 준비"

전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도입 추세 가속과 전기차·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라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LS전선(104230)이 주목받고 있다.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할 중요 수단으로 해상풍력 에너지가 떠오르면서 바다와 지상을 잇는 해저케이블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 수요는 2만4700Twh(2021년)에서 오는 2025년에는 6만2159Twh로 2.5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해상풍력 수요 역시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각각 26%, 15%, 30% 수준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LS전선은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는 해상풍력 수요에 맞춰 기술 개발, 계열사 간 시너지, 캐파(생산능력)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LS전선 동해사업장에 있는 HVDC 전용 공장 전경. (LS전선 제공)

◇"아시아 최대 규모"…LS전선 핵심 경쟁력 'VCV타워'

동해사업장에 우뚝 솟은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용 생산설비인 VCV타워에 오르자 동해항이 한눈에 펼쳐졌다. 이 건물은 아파트 63층 높이(172m)로 국내 유일, 아시아 최대 규모다.

VCV타워는 '수직연속압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길면 길수록 경쟁력이 생기는데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한 번에 더 길게 제조가 가능하다. 게다가 케이블의 원재료를 중력 방향으로 고르게 성형시켜 완성품의 품질도 높일 수 있다.

여 공장장은 "VCV타워에서 525㎸의 고압케이블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기존에 없던 포트폴리오가 추가됐다"며 "케이블의 절연물질은 유체인데 수평으로 제조하면 처짐 현상이 발생한다. 반면 수직으로 제조 시에는 이런 현상을 방지할 수 있고 전기적 안정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포설선 위에 마련된 턴테이블에 해저케이블이 적재되고 있다. (LS전선 제공)

타워 밖으로 나오자 머리 위로 해저케이블이 분당 5~6m 속도로 느리지만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해저케이블의 목적지는 사업장에서 약 700m 떨어진 동해항. 정확히는 이곳에 뜬 LS마린솔루션의 해저케이블 포설선 'GL2030'이었다.

사람 몸통만 한 해저케이블이 사업장에서부터 GL2030 내 턴테이블로 흘러들어왔다. 이날 해저케이블을 실은 배는 전남 비금도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LS전선 관계자는 "배에 실리는 이 케이블은 전남 신안군 비금도 태양광발전단지의 전력케이블 구축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제품"이라며 "약 7㎞ 해저 구간에 포설 작업을 시행하게 되며 작업 기간은 약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형원 LS전선 부사장(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가운데), 이상호 LS전선아시아 대표이사(왼쪽), 이승용 LS마린솔루션 대표이사(오른쪽)가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삼각편대'로 글로벌 시장 공략…"美 진출도 임박"LS전선은 지난 2007년 국내 최초로 해저케이블을 개발했다. 현재는 국내에 동해와 경북 구미, 인동에 사업장(생산기지)을 운영 중이다. 유럽·일본에 비해 늦게 시장에 진출했지만 현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LS전선은 올해 해저 시공 역량강화를 위해 KT서브마린(현 LS마린솔루션)을 인수했다. 이로써 해저케이블의 생산부터 시공까지 턴키(turn key) 공급이 가능해졌다.

LS전선은 LS전선아시아, LS마린솔루션이라는 '삼각편대'를 통해 아시아, 유럽, 북미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생산기지도 점차 확대한다.

김형원 LS전선 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해저케이블 사업 확대 차원에서 미국 투자(공장 건설)를 검토 중이며 투자 결정도 임박한 상황"이라며 "그다음으로는 유럽과 베트남을 생각하고 있으며 중동에서도 제안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호 LS전선아시아 대표이사가 19일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현재 미국 해상풍력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로 수요가 공급보다 초과된 상태다. 성장이 유망한 만큼 LS전선은 발 빠르게 진입해 시장 선점에 나선단 계획이다. 아울러 베트남 현지 공장 건설도 LS전선아시아를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이상호 LS전선아시아 대표이사는 "최근 페트로베트남 자회사인 PTSC사와 현지 해저케이블 사업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베트남과 함께 싱가포르로 전기를 보내는 프로젝트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LS전선은 올해 네덜란드 테네트로부터 2조원대 HVDC 케이블을 수주했다. 또 덴마크 오스테드와 대만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지난 2019년부터 지금까지 대만 해상풍력사업 누적 수주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burn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