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에 옮겨붙은 미중 충돌…반도체 이어 폰 부품 기업들도 '긴장'

中 '아이폰 금지령'에 LG디스플레이·LG이노텍 실적 우려
화웨이 스마트폰에 SK 반도체 탑재 '비상'…대중 장비수출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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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강태우 기자 = 신(新)냉전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간에 낀 한국 기업들이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당장 중국의 '애플 금지령'에 한국 부품업체는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화웨이 새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 반도체 칩이 탑재됐다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더 강화되면 한국 반도체업체들의 중국 공장에 불똥이 튈 수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아이폰을 포함한 해외 브랜드 기기를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금지령은 국영기업과 다른 정부 관련 기관들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SMIC 7나노 공정에서 제조된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가 탑재된 것을 두고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개발 과정에서 미국의 기술이나 도구를 사용했는지가 핵심이다. 여기에 대(對) 중국 제재 수위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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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 껴 있는 한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면서 중국 눈치도 봐야 한다. 한국 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중국의 애플 금지령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 LG이노텍(011070) 등 한국 부품사는 실적 우려가 커졌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0%를 차지한다. 중국의 아이폰 판매량은 연 4000만~5000만대 수준으로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애플의 3번째 시장이다.

아이폰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과 올레드(OLED) 패널을 제공하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 신제품 출시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부품사는 애플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이라며 "중국 제재로 하반기 실적 눈높이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SK하이닉스(000660)가 생산한 메모리 칩이 발견된 것도 부담이다. SK하이닉스는 바로 경위 파악에 나섰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며 "미국의 수출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것이 당사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대중 반도체 기술 및 장비 수출통제 유예조치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대중 제재를 강화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전체 출하량 중 약 40%를 생산하고 있고, 쑤저우에서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우시 공장과 충칭 패키지 공장을 통해 전체 D램의 40%, 낸드는 20%를 생산한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유예조치가 연장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혹시 모를 변수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굴기는 계속되면서 앞으로 미국의 대중국 규제는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도 "대중국 수출 통제 유예 연장엔 큰 무리가 없을 듯 보이지만 미중 갈등 자체가 첨예해지는 건 우리에겐 부담"이라며 "(대중국 제재 관련해) 미 의회가 준비 중인 법안에 추가 기술 제재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eon@news1.kr